배우자가 숨질 때까지 5년 이상 동거하면서 간호를 한 것이 배우자에 대한 부양 의무를 넘어 ‘특별한 부양’에 해당할까. 대법원은 특별한 부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문아무개(2008년 사망)씨의 자녀 9명이 문씨의 둘째 부인 ㄱ(75)씨와 아들 2명을 상대로 한 상속재산분할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ㄱ씨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문씨는 부인과 9명의 자녀를 둔 상태에서 ㄱ씨를 만나 16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부인이 사망한 뒤인 1987년 ㄱ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ㄱ씨는 2003년부터 2008년 남편이 숨질 때까지 대학병원 통원치료, 입원치료 등을 도우며 남편을 간호했다. 재판에서는 남편을 간호한 ㄱ씨의 재산 기여분을 인정할지가 쟁점이 됐다. ㄱ씨는 남편이 남긴 일부 재산에 대해 30%의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1008조 2항은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경우 기여분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1·2심은 ㄱ씨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ㄱ씨가 남편을 간병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통상 부부의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다. 2심도 ㄱ씨에 대해 남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남편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했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12명의 대법관이 ㄱ씨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수의견은 “장기간의 동거·간호만을 이유로 배우자에게만 기여분을 인정한다면 1차 부양의무인 부부간 상호부양의무를 정한 민법 규정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배우자의 부양행위에 대해 기여분을 인정하면, 해석으로 법정상속분을 변경하는 결과가 되어 민법의 입법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민법 826조는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법은 상속할 때 배우자와 자녀가 1.5대 1의 비율로 나누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관은 반대의견으로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며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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