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에 근무 중인 ㄱ사무관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총장님께 공정하고 민주적 검찰을 위해 감히 제안 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관 회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ㄱ사무관은 이 글에서 6급 이하 수사관이 2019년 기준으로 5237명이 넘는 등 검찰조직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정작 이들의 의사를 대표해 고충과 애로사항을 해결할 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법원은 이미 오래 전에 직장협의회에서 한발 더 나아간 법원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여 확고히 정착됐고, 경찰조차도 직장협의회 직전 단계인 ‘직원협의회’를 운영 중”인 점도 지적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윤 총장을 향한 한 사무관의 제안에 “찬성한다”, “동의한다”는 내용의 댓글 250여개가 따라왔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위원장 김남준)가 2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일반검사회의, 수사관회의의 구성과 자율적 활동보장을 권고했다. 각 검찰청별로 일반검사와 6급 이하 수사관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회의체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위 출범 이후 아홉 번째 권고안이다.
개혁위의 문제의식은 ㄱ사무관과 같다. 현재 검찰에는 평검사나 수사관을 위한 별도의 의사소통창구가 없어서, 법무부·대검찰청 등 상급기관이나 기관장의 정책 결정에 구성원들의 의사결정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혁위는 ‘일반검사회의’와 ‘수사관회의’ 등 의사소통창구가 있어야 검찰 구성원들이 검찰청 조직과 운영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고 봤다.
직급별 회의체 구성에 대한 권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활동한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대검 개혁위)가 이미 지난해 4월 같은 내용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대검 개혁위는 일반검사회, 수사관회의 등의 구성과 활동을 권고했고, 당시 대검찰청도 이를 수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회의체 신설을 위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개혁위는 직급별 회의체가 활성화되면 “일반검사회의는 검찰 내부의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한 견제 기능을, 수사관회의는 검사의 권한 남용에 대한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 ㄱ수사관은 “일의 경중은 있을지언정 검찰 구성원의 일은 모두가 소중하고 필요“하기 때문에, 회의체가 필요하다고 썼다. 법무부는 개혁위의 권고안에 대해 “상호 존중하고 소통하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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