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차량을 이용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위첩보가 접수돼 조사한 결과 근거가 약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해 12월 말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렇게 답변했다.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감찰 중단 이유를 따져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다. 그는 “감찰에 들어갔는데 다른 사생활이 나와서 징계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첩보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사생활 관련 사안이라서 징계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처럼 말한 것이다. 회의록에는 조 전 수석이 유 전 국장 등의 비위 사실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의 ‘품위유지 의무’ 정도를 위반한, 가벼운 문제인 것처럼 발언한 대목도 보인다.
그로부터 11개월이 지난 27일 밤 유 전 국장은 검찰에 구속수감됐다. 청와대가 감찰을 중단했던 같은 사안을 검찰이 수사한 뒤 청구한 영장에 대해 서울동부지법은 “여러 개 범죄 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되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전 수석이 약하다고 했던 유 전 국장의 금품수수 비위는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드러났다. 돈을 받고 편의를 봐준 ‘수뢰후부정처사’ 등 몇 가지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을 받았다는 첩보로 감찰까지 했으면 당연히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상적으로 수사 의뢰를 했으면 검찰을 통해 밝혀졌을 범죄 혐의를 1년 가까이 묵힌 셈이다.
조국, “유재수 징계 요청 안 했다” 발언도
조 전 수석은 또 지난해 국회 답변에서 유 전 국장에 대해 금융위에 징계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말도 명시적으로 했다. 회의록을 보면 그는 유 전 국장과 외교부 국장 등 청와대 감찰 대상이 됐던 세 사람을 언급하면서 “(그들) 모두에 대해서 징계 요청을 하지 않았다, 똑같이. (대신에) 외교부 또는 금융위에 알려 드려서 징계가 없이 각종 조치가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부터 해당 기관이 징계하지 않고 마무리하도록 민정수석실에서 통보했다는 취지다.
조 전 수석의 발언은 민정수석실의 갑작스러운 감찰 중단 경위, 금융위 통보의 구체적 내용을 캐고 있는 검찰에 유의미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금융위 자체 규정에 따른 감찰까지 하지 말도록 민정수석실이 지시했다고 의심하면서, 책임자인 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금융위에 뭐라고 통보했는지가 (법적 책임을 가리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의 작년 말 국회 답변은 향후 검찰 수사에서 일부가 거짓으로 드러날 수 있다. 그래도 위증죄로 처벌은 어렵다. 선서한 증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위증’ 혐의자에 대한 처벌 규정(제14조)을 갖추고 있지만, “이 법에 따라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이나 감정을 했을 때”로 제한돼 있다.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는 조 전 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증인선서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열렸다. 그래서 “조 전 수석이 ‘선서 안 한 증인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사전에 파악하고 나가서 사실과 다른 답변으로 일관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강희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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