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2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20대 청년 서진환, 박상준씨(왼쪽부터)를 인터뷰하는 모습. 창원/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직접 100명을 만나는 것보다 설문을 많이 돌리는 게 나을 거예요.”
청년 100명을 본격적으로 취재하기 전, 여러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할 때 한 연구자가 ‘100명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은 너무 무모하지 않으냐’며 걱정했습니다. 차라리 더 많은 사람에게 온라인으로 설문지를 돌리고, 그중 20~30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일 거라고 했습니다. 시간과 비용은 제한돼 있고, 100명을 조사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그리 유의미한 수치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올해 입사한 신입 기자 4명은 청년 100명을 만나겠다는 계획을 밀고 나갔습니다. 기존 언론 보도는 이 얼마 안 되는 청년 100명조차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국 각지를 떠도는 ‘무모한 여정’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 연재 보도를 한 기자 중 한명인 전국2팀 서혜미입니다. 독자들이 100명을 어떤 기준으로 나눠, 어떻게 만났는지 과정을 궁금해했습니다. 먼저 인구주택총조사,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 등을 참고해 만 19∼23살 청년의 대학 유형별 진학 비율, 고등학교 졸업 뒤 바로 취업한 비율을 계산했습니다. 이 비율을 100명에 적용하니 비서울권 사립대 29명과 국립대 10명, 전문대(서울·비서울권 포함) 28명, 서울권 대학 16명, 취업자 및 자영업자 10명, 기타 7명으로 나왔습니다. 이 인원을 다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를 참고해 지역별로 나눴습니다. 계산을 다 마치고 나니, 비서울권 사립대 29명은 강원권 1명, 경기·인천 7명, 영남권 9명, 충청권 8명, 호남권 4명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청년 100명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뒤 ‘읍소하기’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인맥을 총동원해 친구 동생, 친구 동생의 친구, 후배의 후배를 소개받았습니다. 한 기자는 과외했던 학생에게 5년 만에 연락하기도 했습니다. 수도권을 벗어나 취재할 때는 각 지역 대학 누리집에서 교수 연구실 번호를 찾고 무작정 전화해 “제발 학생 한명만 소개해달라”고 매달렸습니다. 지역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에 전화를 걸어 ‘단체에 이런 청년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전화를 돌리다 보면 열번 시도에 한번은 취재원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취재원을 만나게 되면 친구를 소개해줄 수 있느냐며 다시 애걸복걸했습니다.
제일 막막했을 때는 대학 비진학 청년, 즉 고졸 청년을 만나야 할 때였습니다. 고졸 청년은 대학생처럼 연락할 학교가 없었습니다. 전국 전통시장에 만들어진 청년몰에 전화를 걸어 “혹시 19~23살인 사장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제일 젊은 사장이 서른다섯살이라는 말에 좌절했지만, 있다는 말에 반색하며 청년 소상공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비정규직 센터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부터 아침 7시에 회사로 출근했다는 청년을 만났고, 비진학 청년이 꾸린 단체에서는 예술을 사랑하는 청년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청년을 만나며 저희의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를 절감했습니다. 20대 후반과 30살인 기자 4명이지만, 모두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특히 3명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편리한 대중교통과 곳곳에 널린 문화시설 등 일상적으로 누려온 것들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주위에서 접해본 적 없는 삶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창업을 꿈꾸며 매일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청년, 조선소에서 일하다 허벅지가 잘릴 뻔한 청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청년까지, 너무나 다양한 삶이 있었습니다.
생물학적인 나이대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단일한 집단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우리의 결론입니다. 한국 사회와 언론이 ‘청년’이라는 말을 남용하며 “청년시대는 어떻다”고 손쉽게 규정해온 관행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 이유입니다.
“우리 사회가 청년을 더 다양하게 상상해야 한다.” 지난달 2일 신촌에서 열린 서울청년학회의 젊은 연구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대체로 한국 사회의 청년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남성, 이성애자’를 지칭하는 상황이라서 성별·장애·지역·성적지향 등 다양한 범주를 고려하는 청년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 보도가 특정한 청년들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게, 청년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 단초가 됐으면 합니다.
서혜미 전국2팀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