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법무부가 비공개한 데 대해, 정부·여당 인사만 관여되면 인권 개선 등을 이유로 법무부가 ‘관행 개선’에 나서고, 이로 인해 제도 개선 취지마저 훼손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시로 이뤄진 이번 결정은 ‘위법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에 대한 공보를 엄격히 제한하면서 ‘깜깜이 수사’ 논란을 부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10월부터 빠르게 추진됐다. 애초 법무부는 박상기 전 장관 때인 2018년부터 규정 개정 작업에 들어갔으나 속도를 내지 않았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나 사법농단 수사 등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 관련 보도가 쏟아지던 때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청와대와 여권을 중심으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자신이 주요 피의자였던 조 전 장관의 지휘 아래 법무부는 개정 작업을 서두르기 시작했고, 지난해 12월1일부터 기자들의 검사 접촉과 구두 브리핑 등을 금지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전면 시행했다.
주요 피의자의 출석 시점을 미리 알려 포토라인에 세우는 ‘공개소환’도 조 전 장관 일가 수사가 한참 진행되던 시점에 전면 폐지됐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지난해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개소환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연구모임’을 구성해 폐지를 논의했으나, 이후 별다른 진척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수사 이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검찰의 자체 개혁과 인권 수사 등을 압박하자, 대검은 같은 해 10월 자체 개혁안의 하나로 공개소환 폐지를 결정했다. ‘공개소환 전면 폐지’의 첫 수혜자는 조 전 장관이었다. 조 전 장관은 그해 11월14일 첫 검찰 출석을 시작으로 이어진 수차례 검찰 조사를 모두 비공개로 받았다. 이후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윤건영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전·현직 청와대 인사도 대부분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했다.
법무부의 이번 ‘공소장 비공개 원칙 천명’도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의 선거개입 등 의혹 사건에 대한 공소장 공개를 계기로 이뤄졌다. 법무부 내부 회의에서도 “종래 관행과 달리 이번 사건부터 공소장 전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추미애 장관 개인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은 법무부가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앞선 공보준칙 개정과 공개소환 폐지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법무부 등에서 추진해오던 것으로 어느 정도 숙의가 이뤄진 상태였다”며 “이번 공소장 비공개는 그 자체로 서류 제출을 의무화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 법무부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