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홀 앞 계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과의 ‘나라살리기·경제살리기’ 공동 선언식에서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후보인 시각장애인 김예지씨의 안내견 조이를 쓰다듬고 있다. 안내견이 입은 조끼에 안내견이 임무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쓰다듬지 말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회 사무처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김예지 당선인의 동반자이자 ‘눈’인 안내견 ‘조이’의 국회 본회의장 출입 허가 여부를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회가 김 당선인의 제약 없는 의정 활동을 위해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 당선인은 미래한국당에 영입된 뒤 국회 행사에 잇따라 참석해왔고, 그때마다 김 당선인의 보행을 돕는 안내견 조이의 존재가 화제가 됐다.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행사 등에선 조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 출입에 대해서는 조이가 본회의장에서 장시간 대기할 경우 별도의 대기 공간과 위생 공간 등이 필요할 수 있어, 이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피겠다는 게 국회 사무처의 입장이다.
김 당선인은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글을 올려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문턱을 없애는 것)는 배려가 아닌 의무라는 인식의 전환을 국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안내견 출입을 보장할 것을 국회 사무처에 촉구했다. 그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시각장애인인 정화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안내견 출입을 거부당해 보좌진의 팔을 잡고 출입했던 것을 언급하며 “21대 국회는 그때보다는 진보한 국회이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장애인권 활동가들은 안내견 출입을 ‘검토’하는 상황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정책실장은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금지는) 비장애인에게 눈을 바깥에 놔두고 들어오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국회 사무처가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도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입법 활동을 해야 할 국회에서조차 안내견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고 있다”며 “국회는 ‘검토’하겠다는 소극적 자세를 취하는 대신 김 당선인과 다른 시각장애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복지법’은 안내견 등 보조견과 동행한 장애인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선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관공서·식당·대중교통을 방문한 경우 ‘개털 알러지가 있다’,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출입을 거부당하는 일은 종종 벌어지고 있다. 2014년에는 안내견과 함께 버스에 오르려던 시각장애인에게 운전기사가 “벌금을 낼 테니 내리라”고 말하며 밀치는 등 승차를 거부한 일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엔 안내견의 식당 출입을 막는 건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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