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선거대책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김예지 당선인의 동반자이자 ‘눈’인 안내견 ‘조이’는 국회 본회의장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정치권은 21대 국회에서 의정 활동을 함께 할 조이를 맞이하기 위해 19일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조이 논란의 발단은 불분명한 국회법 규정에서 비롯됐다. 국회법 제148조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회법 151조는 “회의장에는 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그 밖에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과 의장이 허가한 사람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 국회 본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는지 명확히 정해진 규정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이런 규정에 따라 국회는 관례적으로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 등에 안내견 출입을 막아 왔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정화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도 안내견 대신 보좌진의 도움으로 의정 활동을 수행한 바 있다.
김예지 당선인은 안내견의 국회 출입이 논란이 되는 상황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이자 동반 생명체 역할을 하는 존재이지 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이 아니다”라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는 단순히 관련 설비를 시공하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국회에서 배리어 프리는 배려가 아닌 의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당선인을 인재 영입으로 공천한 미래한국당은 상징적인 의미로 안내견 조이에게 비례대표 기호 0번을 부여하기도 했다.
국회 사무처는 조이의 국회 본회의장 출입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이가 본회의장에서 장시간 대기할 경우 별도의 대기 공간과 위생 공간 등이 필요할 수 있어, 이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피겠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김 당선인의 편의와 의사를 최우선으로 살펴 조이의 본회의장 출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기본적인 방침”이라며 “다만 본회의장 출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회의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김 당선인이 활동하게 될 21대 국회의장이 결정하는 것이 절차상 맞지 않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모처럼 정파를 뛰어넘은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회 사무처는 김 당선인 안내견의 국회 본회의장 출입을 보장해야 한다”며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 비장애인 의원과 동등한 권한을 행사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민할 일이 아니다. 국회는 성스러운 곳도, 속된 곳도 아니고 그냥 다수가 모인 곳일 뿐”이라며 “당연히 안내견의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썼다.
김 당선인과 미래한국당도 감사의 뜻으로 화답했다. 김 당선인은 이날 입장문에서 “장애에 대한 차별이 없는 국회를 만드는데 그 뜻을 같이해 주신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도 “한달여 선거 캠페인 기간과 각종 회의에서 지켜본 안내견 조이는 회의 운영에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미래한국당 당대표로서 정의당과 심상정 대표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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