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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다단계로 나오는 대규모 수익…중학생도 ‘총판’

등록 2020-05-15 05:00수정 2020-05-15 09:55

[n번방과 불법도박, 범죄의 공생] ①불법도박 사이트 구조는
16살 ‘태평양’ 취재팀에 메시지 보내
타 사이트 운영자 제거위한 정보 넘겨
박사방에서도 유별난 홍보 행태
“수익 규모 매력적이었을 것” 판단

‘토토 홍보 사이트 두 개랑 야동방 운영자 정보 땄는데, 경찰에 넘겨주실 수 있나요.’

지난해 12월22일 <한겨레>가 성착취 관련 제보를 받기 위해 개설한 텔레그램 계정에 뜬금없이 이런 메시지가 떴다. 보낸 사람을 확인해보니, ‘박사’ 조주빈(24)씨와 함께 ‘박사방’을 운영하던 ‘태평양’ 이아무개(16)군이었다. 이군은 회원이 수천명에 달하는 ‘태평양원정대’ 방 등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유포하다가 지난 3월 경찰에 체포됐다. 그런 그가 해킹 코드를 심어 누군가의 아이피(IP) 주소와 ‘브라우저 지문’(웹페이지 이동이나 아이디 로그 기록 등 접속 정보)을 확보한 뒤 <한겨레>에 경찰 신고를 부탁한 건, 본인이 일하는 불법도박 사이트 ‘영업’에 방해가 되는 다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이군은 왜 갑자기 불법도박 사이트 관련 활동을 한 걸까. 애초 이군은 박사방에서 불법도박 사이트 ‘c○○p’를 여러 차례 홍보하는 등 성착취 텔레그램 방에서도 유별난 행태를 보였다. <한겨레>와 함께 이군의 홍보 메시지들을 분석한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 박정우(가명)씨는 “이군의 행태는 전형적인 불법도박 사이트 ‘총판’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총판은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불법도박 사이트의 한 직책이다. 복수의 투자자로 구성된 ‘사장’들이 있고, 이들에게 지원금을 받으며 활동하는 ‘대총판’들이 있다. 대총판 밑에서 총판들이 홍보와 모객을 책임지고 회원을 모은 뒤 가입자 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다. 대총판과 총판은 월급제 홍보팀원들을 따로 쓰기도 한다. 회원들의 충전 금액을 환전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사무직원들도 있다.

이군은 텔레그램 방에서 불법도박 사이트와 성착취물을 연계하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단시간에 회원을 끌어모았다. 성착취 영상 관람을 ‘경품’으로 내걸고 불법도박 사이트 광고를 했다. 이군과 연계된 한 불법도박 사이트 역시 사이트에 가입하면 성착취 영상을 텔레그램으로 보내주고, 배당이나 참여도에 따라 단계별로 계속 성착취 영상을 관람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군이 홍보했던 ‘c○○p’ 사이트는 14일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한겨레>가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보도를 이어가던 지난해 11월, 박사 조씨가 운영하던 한 텔레그램 방에서 이군은 조씨를 향해 “총판은 중학생도 한다. 총판 수익은 본인 계좌로 받아도 문제없다”며 “경찰도 대총판이 아닌 이상 작은 애들은 안 잡는다”고 말했다. 이에 조씨가 관심을 보이자 “하지만 총판이 하도 많아서 기발한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치킨값도 벌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겨레>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성착취 실태 탐사 보도 바로 가기

조씨 역시 불법도박 홍보를 한 적이 있다. 조씨가 운영하던 텔레그램 방들은 규칙이 까다롭고, 조씨를 정점으로 한 위계질서가 강력해 다른 방 홍보가 잘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무렵 조씨는 ‘태양’이란 닉네임을 쓰는 불법도박 사이트 관리자에게 “도박 가족방에 내 ‘노예 자료’를 홍보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대신 태양의 불법도박 사이트를 박사방에서 홍보하도록 허락했다. 이후 태양은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아이디를 공유하며 ‘신규 가입 첫충(전) 20%, 매충(전) 5%, 돌발 15~20%’ 혜택을 주겠다며 불법도박 사이트 주소와 자신의 총판 가입코드를 홍보했다. <한겨레> 취재에 응한 한 불법도박 사이트 대총판은 “총판의 수익 구조는 다단계 방식이어서 수백명이 가입된 채팅방만 운영해도 큰 자산이다. 박사방 가입자는 수천에서 수만명에 달했는데 그 방에서 홍보가 가능했다면 굉장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라며 “조씨 역시 총판처럼 가입코드를 부여받고 수익을 올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지지동반팀(02-2275-2201, digital_sc@hanmail.net),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 www.women1366.kr/stopds),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02-817-7959, hotline@cyber-lion.com)에서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02-312-8297)에서도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 상담과 법률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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