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힐링센터(경기 안성 힐링센터)에 대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매입 과정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중의 접근이 편한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교육·전시 공간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인권박물관)을 두고 있었고, 그 인근에 피해자 할머니들의 주거용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도 마련한 상황에서,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에 모호한 성격을 지닌 공간을 새로 연 배경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의연의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이미 2011년 말 서울 명성교회로부터 서울 지역에 할머니들의 새 쉼터를 기부받기로 약속하고 마포구 연남동의 한 건물을 추천했다. 명성교회 관계자는 “당시 정대협에서 ‘할머니들이 편안하게 정착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달라’는 연락을 받아 정대협 쪽에 ‘부지를 알아보시라’고 답했다. 이후 정대협에서 알아본 것이 연남동의 현 쉼터 건물이어서 우리가 14억7500만원을 내고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해 8월 마포구 성산동에 인권박물관을 열기 위해 건물을 사들인 데 이어 5분 거리에 할머니들의 쉼터까지 마련하게 된 것이다.
정대협은 이듬해 8월 ‘성미산 자락에 치유와 역사의 공간을 만든다’며 현대중공업에서 10억원 기부를 약속받았다. 윤미향 당선자는 17일 <한겨레>에 “2012년 김복동 할머니가 수요집회에 나온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에게 ‘박물관 근처에 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서 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물관과 쉼터, 둘 다 마련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10억원이 들어오자 안성 힐링센터를 구매하는 데 사용된 것이다.
정의연은 18일 “
정 전 의원에게도 2011년에 요청했으나 진행이 지체되면서 명성교회에 지원요청을 했다”며 “마포에 쉼터가 마련됐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사업을 꼭 추진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기 때문에, 사업목적을 변경해 기부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애초 힐링센터는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들이 찾아오기에 적절하지 않은 곳에 자리잡았다. 정의연 쪽은 전날 “버스정류장에서 5분 거리”라고 설명했지만, 정의연이 있는 곳(마포구 성미산 자락)에서는 차량으로도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수도권 바깥 지역에선 기차로 서울역까지 이동한 뒤, 서울역에서 힐링센터까지 차량으로 1시간50분 이동해야 한다. 안성시내와도 차량으로 16분가량 떨어져 있고, 인근에서 식당, 카페 등을 찾기도 어려울 정도로 외진 곳이다. 게다가 힐링센터는 2층으로 돼 있는데, 평균 연령이 80대 중반인 피해자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기 불편하다. 2층 구조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정의연은 안성 힐링센터의 운영 목적은 “피해 할머니들의 피해 후유증을 치유하고 국내외 활동가들의 만남·연대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의연 누리집에서는 힐링센터와 관련한 설명이나 안내를 찾을 수 없다. 이곳에서 이뤄진 활동 내역도 찾을 수 없다. 정의연 페이스북 계정에서만 개소식 등 2013년부터 2014년 초까지 올라온 관련 게시물 4개를 볼 수 있었다. 안성 힐링센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평가에서도 낮은 등급을 받았다. 모금회 관계자는 “해당 시설은 2015년 10월 사업평가에서 실적이 없어 C등급을 받았고 그해 12월엔 증빙 미비 등 회계평가까지 반영해 가장 낮은 단계인 F등급을 받았다. 시정을 요구하니 ‘시설을 매각하고 사업비를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밝혔다.
채윤태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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