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해 11월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14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 참석해 일본의 반인류적 죄악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처 등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2차 기자회견을 연다. 앞서 이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에게 기자회견 참석을 제안했지만 윤 당선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수 할머니 쪽은 25일 낮 2시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정의연과 윤 당선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진 지 18일 만에 이 할머니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2차 기자회견이 열리는 찻집은 이 할머니가 지난 7일 첫 기자회견을 열었던 곳으로, 당시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 “성금을 나에게 지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차 기자회견은 시민단체의 도움 없이 이 할머니가 직접 주최하는 방식으로 열린다. 대구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한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 할머니와 상의해 기자회견문을 작성하려고 했지만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문 없이 발언하시겠다고 했다”며 “할머니 개인이 주관하는 기자회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차 회견 뒤 나온 ‘배후설’ 등의 싹을 잘라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크게 세 가지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정의연의 본래 취지 계승 △수요집회 불참 △윤 당선자에 대한 법적 처리와 관련한 언급이다. 이주성 일제강제동원희생자유가족협동조합 이사장은 “일본에 배상받고 사과를 받겠다는 정의연의 정신을 계승하되 (이 할머니가) 수요집회는 참석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나올 것이다. 아울러 ‘윤 당선자는 법대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19일 저녁 8시50분께 대구의 한 호텔에서 윤 당선인과 만난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기자회견 일정 변경을 고려했으나 이 할머니가 기존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고 한다. 이 할머니의 측근은 “살이 많이 빠지셔서 건강검진을 권했지만 병원에 가지 않으셨다”며 “기자회견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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