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위안부피해자 쉼터’ 소장 숨져
“언론 취재경쟁에 쉼터 밖 제대로 나가지도 못했다”
“언론 취재경쟁에 쉼터 밖 제대로 나가지도 못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앞에서 ‘평화의 우리집' 소장 ㄱ(60)씨 부고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부고 성명>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정의기억연대를 대표해 부고 성명을 발표하겠습니다 .
일본군 ‘위안부 ’ 생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소장님께서 6월 6일 낮 파주 자택에서 영면에 드셨습니다 . 고인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게 되어 너무나 비통한 마음입니다 . 고인께서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쉼터 ‘평화의 우리집 ’ 일을 도맡아오셨습니다 . 고인은 개인의 삶은 뒤로 한 채 할머니들의 건강과 안위를 우선시하며 늘 함께 지내오셨습니다 . 기쁜 날에는 할머니들과 함께 웃고 , 슬픈 날에는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그렇게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벗으로 그리고 딸처럼 16년을 살아오셨습니다 . 지금도 함께 생활하시던 길원옥 할머니의 건강만을 생각하셨습니다 .
심성이 맑은 분이셨고 , 정성과 헌신으로 언제나 자신보다 할머니들이 우선이셨던 분입니다 .
고인은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습니다 . 특히 검찰의 급작스런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하셨습니다 . 무엇보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소리 ,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셨습니다 . 항상 밝게 웃으시던 고인은 쉼터 밖을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셨습니다 .
한생을 피해자들에게 헌신한 고인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관심과 억측을 멈춰주십시오 . 유족들과 주변인들 , 정의연과 쉼터 평화의 우리집 , 고인의 자택 등을 향한 인권침해적인 무분별한 취재경쟁을 중단해주십시오 . 고인의 명예를 위해 부디 카메라와 펜을 내려놓고 고인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 봐주십시오 .
정의기억연대는 유가족 측의 의견을 존중하며 명예롭고 정중하게 고인의 가시는 길에 예의를 다하겠습니다 .
먼저 가신 고인의 부모님 , 함께 생활한 이순덕 , 김복동 할머니 등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생전의 미소 그대로를 보여주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020년 6월 7일
정의기억연대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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