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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음모론 흘리고 키우고…죽음마저 이용하는 곽상도

등록 2020-06-11 20:57수정 2020-06-12 13:29

기자회견서 “손영미 소장 의문사”
근거없이 배후설·타살설 주장
‘유서대필 조작’ 검사 전력 떠올라

곽상도 “자살 결론 내놓고 부실조사”…도 넘은 의혹 제기
서장의 청와대 근무 전력 문제삼아
경찰 “국과수가 현장서 자살 소견”

윤미향 비서의 최초 신고도 트집
연락 안돼 동료들이 찾아간 건데
“증거인멸 위한 접촉 아닌지” 주장

윤미향이 손씨 언급 글 놓고도 음모론
사실과 다른데 언론 통해 유포
윤미향, 손씨 죽음뒤 SNS글 올려…추모 성격

할머니 계좌서 거액 빼내 돈세탁?
진위 확인 안된 글까지 공세 활용
의혹 제기한 피해 할머니 가족 “글 내리도록 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운영해온 손영미 소장의 죽음에 대해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통합당의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진 뒤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이어왔다. 그의 행태는 과거 공안검사 시절 ‘자살방조’라는 음모론에 기반해 무고한 시민을 처벌한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 사건’(1991년) 수사팀에 참여한 전력을 떠올리게 한다.

곽 의원은 11일 보도자료를 내어 손씨가 숨졌을 당시의 정황을 언급하며 “경험이나 상식에 비춰볼 때 사망까지 이른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찰에서 손 소장이 ‘자살’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의문사”라는 표현까지 쓰며 이 사건에 배후가 있음을 암시하는 ‘음모론’을 펼쳤다. 현재 손씨의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파주경찰서의 배용석 서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근무한 사실을 언급하며 “수사 책임자를 교체해서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한 결과 “타살의 혐의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이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증거를 모두 수집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관도 문을 부수고 들어갔고, 국과수 관계자도 현장에 왔다. 현장의 흔적이나 끈의 흔적 등 모든 내용을 봤을 때 자살이라는 소견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곽 의원 쪽이) 법의학 전문가들에게 먼저 물어나 봤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곽 의원은 앞서 10일에는 손씨와 관련해 119에 처음 신고한 이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서인 점을 들어 음모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119에 녹음된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곽 의원과 같은 당의 조수진 의원은 신고자가 “복수 표현인 ‘저희가’를 썼다”며 “윤 의원이나 정의연 쪽 인사들이 증거인멸, 사전모의 등을 위해 고인과 연락을 취하다가 찾아간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당시 녹취록을 보면 신고자는 “아는 분이 지금 몇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된다. 차도 집 앞에 있어서 집 안에 있을 거라고 추정이 되는데 지금 아무리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굉장히 걱정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고자는 오랫동안 정의연에서 일해온 활동가 출신으로 당일 옛 동료들과 함께 연락이 안 닿는 손씨를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곽 의원은 극우 성향의 유튜버 및 보수언론과의 상호작용으로 음모론을 유포시켰다는 비난을 받는다. 극우 유튜버들에게 음모론의 단초를 제공한 뒤 그들이 음모론을 제기하면 그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보수언론이 이를 퍼뜨려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곽 의원은 손씨가 숨진 지 이틀 뒤부터 언론 등을 통해 슬그머니 ‘음모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손씨가 숨진 당일 밤 윤 의원이 페이스북에 손 소장을 언급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을 들어 ‘배후설’을 제기했다. “같은 날 밤 손씨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이게 우연의 일치일 수 있는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그는 “윤 의원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손씨와 연락을 한 적이 있는지 등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손씨가 숨지기 전 연락해 어떤 압력을 가한 게 아니냐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 의원이 페이스북에 손씨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은 윤 의원의 비서, 정의연 관계자 등이 손씨의 죽음을 확인한 뒤의 일로, ‘추모’의 성격이 커 보인다.

이런 주장이 언론을 통해 유포되고, 커뮤니티 등에서 음모론에 동조하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곽 의원의 주장은 ‘그럴듯한 의혹’으로 포장됐다. ‘윤 의원이 손씨가 숨지기 전 연락을 했을 것’(8일)이라는 수준의 주장에 보수언론이 반응하자, 급기야 이날 고인의 사망 당시 정황까지 상세히 공개하며 ‘타살설’에 가까운 주장을 펼친 것이다.

반면 곽 의원은 손씨가 검찰 수사에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검찰에서는 ‘고인을 조사한 사실이 없고, 출석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혀 사망 경위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의연 쪽은 손씨가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했다고 증언한다. 지난 10일 손씨의 장례 절차가 끝나자마자 검찰이 신속하게 그의 휴대전화 등 유품을 경찰에게서 압수수색한 것은, 손씨가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검찰이 정의연 관련 수사에서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곽 의원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 댓글까지 언급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유가족이라고 하는 분이,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후에 손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서 다른 은행계좌에다가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해온 걸 알게 되어, 그 금액을 쓴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댓글을 쓴 이는 생존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가족이지만 근거를 갖고 쓴 것은 아닌 걸로 전해졌다. 길 할머니의 가족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해당 글을 보고 깜짝 놀라서 (글을 올린 이에게) 내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배지현 엄지원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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