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생활관 사용, 세탁물 반출”…나이스그룹 부회장 아들 군생활 특혜 증언

부대 관계자 “ㄱ상병, 2월 말부터 부사관 통해 빨래·물 외부서 전달”
지휘관 “의사 소견 받아 절차적으로 제도화”…문제 알고도 특혜 제공

부대 관계자들 “세탁기 교체 1년 안돼…배경 좋지 않은 병사에게도 제공했을까”
공군 “12일부터 공군본부 주관 감찰 진행…법과 규정 따라 엄정 조치 예정”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군 부대 병사의 특혜 의혹을 제기한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 갈무리.

서울의 한 공군부대 간부들이 중견기업의 임원 자녀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군은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감찰에 착수했다.

14일 <한겨레>가 해당 부대에서 복무 중인 군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신용평가업체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아들인 ㄱ상병은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제한된 2월 말부터 부대의 중간 간부인 부사관을 통해 빨래를 외부로 보내 따로 세탁했고, 마실물도 별도로 전달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부대 간부들의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간부들은 ㄱ상병에 대한 조처가 ‘특혜’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ㄴ지휘관은 ㄱ상병의 특혜에 대해 “ㄱ상병이 환자라서 정수기 물이 몸에 안 받고 (깨끗한) 세탁기가 필요해서 환자 치료 차원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ㄴ지휘관은 이러한 조처가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빨래나 물을 전달하는 것도 의사 소견을 받아 절차적으로 제도화하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제보자들은 이러한 특혜에 대해 “ㄱ상병이 피부질환이 있고 정수기 물이 몸에 안 받는다고 해서 빨래와 물을 부사관이 외부에서 반입해준다고는 하지만 세탁기는 교체한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정수기도 주기적으로 점검했다”고 반박했다.

ㄱ상병의 부모는 부대 간부들에게 자녀의 군 생활과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화를 자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부대 ㄷ간부는 이달초 부대에서 “ㄱ상병이 부대에서 일이 생길 때마다 부모에게 전화를 하고, 부모가 ㄱ상병이 힘들어한다며 자주 전화를 한다”고 증언했다.

제보자들은 ㄱ상병이 이달 초부터 혼자 생활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ㄱ상병이 선임병과 불화가 있었고 냉방병 등을 이유로 이달초부터 1인 생활관을 사용하고 있다. 부대는 조기 전역자를 같은 생활관에 편성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다른 병사들은 6~8명이 한 생활관에서 생활하는데 1인 생활관을 사용하는 건 ㄱ상병 뿐”이라고 했다. 제보자들은 “공익 제보자 색출이 진행될까 두렵지만 부대 내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제보한다. 아픈 병사이기에 편의를 제공해준다고 하지만 돈 없고 집안 배경이 좋지 않은 병사에게도 같은 편의를 제공해줄지 의문”이라고 했다.

ㄱ상병의 군 생활 특혜 의혹은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금천구 공군부대의 비위 행위를 폭로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공군부대는 12일 특혜 의혹이 불거진 부대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다. 공군 관계자는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공군본부에서 감찰을 진행중이다. 철저하게 감찰하고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