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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의연 수사’ 참고인 배려한다며 나흘동안 40번이나 전화 건 검찰

등록 2020-06-17 05:01수정 2020-06-17 10:31

[현장에서]
하루 12~14통씩 전화해 정의연 관계자들 전화 수사
‘배려’ 목적이라지만…당사자들은 압박감 호소
인권보호 수사규칙 취지 살펴야
검찰이 지난달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전날 시작한 압수수색을 약 12시간 만에 마친 뒤 압수품을 차에 싣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검찰이 지난달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전날 시작한 압수수색을 약 12시간 만에 마친 뒤 압수품을 차에 싣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나흘 동안 40통.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횡령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이 정의연 회계 담당자와 주고받은 통화 횟수다. 이 담당자는 지난달 26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비영리법인의 회계 처리 방식을 두고 대면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후 이 담당자를 다시 소환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전화를 걸어 궁금한 걸 물었다. ‘배려한다’는 명목이었다.

‘배려’가 지나쳤을까. 지난 2일, 이 관계자는 검찰로부터 네 차례 전화를 받았다. 이튿날인 3일엔 12통, 4일엔 10통, 5일엔 14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검찰 관계자는 수시로 그에게 연락해 “이 부분은 금액이 비는데 증빙자료는 어떤 걸 보면 되느냐”는 등의 질문을 해왔다. 조사를 받은 정의연 관계자는 결국 “해도 너무한다”며 변호인에게 부담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수사기관이 전화나 서면으로 조사하는 방식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되레 조사 대상자를 고려한 ‘민주적인 대안’이라고 보기도 한다. 수사기관에 불려가 밀폐된 곳에서 진술하는 것보단 통화하는 게 더 인권 친화적이라는 설명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인권보호 수사규칙’ 57조에도 “수사상황이나 진행경과를 반영해 소환조사를 대체할 방법을 고려하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규칙이 지켜주고자 하는 건 어디까지나 피조사자의 권리다. 더욱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은 수사에 협조하는 신분이므로 당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조사받을 권리가 있다.

정의연 관계자들은 지금 예민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6일 수사 대상 중 한 명인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이 언론 취재와 검찰 압수수색에 대한 압박감을 호소하고 세상을 떠난 뒤, 그와 10년 넘게 동료로 지내온 정의연 관계자들은 사실상 ‘유족’과 같은 트라우마 상태에 빠져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발인 이틀 뒤 정의연 관계자에게 연락해왔다. 검찰은 며칠 뒤 다시 연락했을 때 이 관계자가 전화를 받지 않자 변호인에게 “배려해줬는데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항의까지 했다고 한다. ‘인권보호 수사규칙을 따랐는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로 읽힌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기 검찰청인데요’라고 걸려온 전화에 무조건 겁부터 먹기 마련이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수사 방식에 관한 부분이라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의연 쪽은 주말도 안 가리고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 수사에 응하는 것보단 정식 소환조사가 낫다고 보고 있다. 상대방을 압박하는 ‘배려’가 “무슨 배려냐”는 호소다. 정의연의 변호인은 16일 검찰에 차라리 추가 소환조사를 요청해달라는 의견을 전했다.

정의연을 둘러싼 의혹이 산더미처럼 부풀려졌던 상황에서 의혹을 명백하게 가리는 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수사 절차와 방식의 정당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마침 법무부가 이날 인권보호 수사규칙 이행 여부 등을 돌아보겠다며 ‘인권수사 제도개선 티에프(TF)’를 발족했다. 검찰이 인권보호 수사규칙의 자구를 넘어 그 취지를 살피길 기대한다.

배지현 ㅣ 사건팀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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