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직원들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정의기억연대의 ‘피해자 쉼터’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양자 황선희 목사 부부가 고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소장에 대해 ‘횡령’ 의혹 등을 제기하고 검찰도 수사에 나선 가운데, 황 목사가 수시로 길 할머니를 찾아 현금을 가져갔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길 할머니를 6~7년 동안 가까이서 돌본 쉼터 요양보호사들은 “필요하면 검찰에 나가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18일 <한겨레>와 만난 길 할머니의 요양보호사 2명은 “황씨가 매달 60만원을 정기적으로 가져갔고, 매주 주말 찾아와 길 할머니에게서 현금을 받아 갔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렇게 다달이 황씨가 챙겨간 돈이 100만~200만원 선에 이른다고 봤다. 6년 동안 쉼터에서 돌봄 업무를 한 요양보호사 ㄱ씨는 “할머니 주머니에 항상 돈이 5만원짜리로 수십만원 있었는데 아드님이 오면 거의 다 주셨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교통사고, 손주들의 어학연수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수시로 돈을 받아 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황 목사는 갓난아기 시절부터 길 할머니가 키운 양아들이다.
이들은 황 목사 부부가 최근 언론을 통해 “손 소장이 길 할머니의 통장에서 뭉칫돈을 빼냈고 할머니를 ‘앵벌이’시켰다”고 주장하는 점이 터무니없어 인터뷰에 나섰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쉼터 회계관리와 관련해 황 목사 부부가 제기한 의혹도 수사 중이다. 앞서 서부지검은 황 목사 부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길 할머니의 통장에서 인출된 현금의 사용처를 놓고 황 목사 부부와 정의연 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양쪽 진술의 신빙성이 수사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요양보호사들은 “검찰에서 부르면 가서 적극 증언하겠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매달 18일 길 할머니가 일정 액수를 ‘현금으로 뽑아달라’고 하면 손 소장이 정부·서울시 보조금 등 300만~350만원이 들어오는 길 할머니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할머니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7년간 쉼터에서 일한 ㄴ씨는 “손 소장이 돈을 뽑아 와서 드리면
할머니께서 현금을 가지고 쓰셨다. 아들에게 용돈을 얼마 주셨는지, 어디 쓰셨는지 손 소장이 기록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의연과 쉼터의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진 뒤 황 목사가 2004년부터의 지출내역을 모두 달라고 요구하며 폭언을 이어가자 손 소장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ㄱ씨는 “손 소장이 하도 걱정하기에 ‘아드님이 가져간 돈들인데 어떻게 그걸 기록해놓겠나. 내가 뭐라고 할 테니 걱정 말라’고까지 말했었다”고 돌아봤다.
정의연은 앞서 손 소장 관련 의혹 보도에 대한 입장문을 내어 “‘일부’ 언론은 고인이 되신 쉼터 소장님과 길원옥 인권운동가, 정의기억연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겨레>는 황 목사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입장을 물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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