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가 아닌 배려였다.’ 최영 전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아들 ‘황제복무’ 논란에 대해 공군이 24일 발표한 감찰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상관인 ㄱ부사관은 13차례에 걸쳐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최 상병의 빨래를 가족에게 ‘배달’하고, ‘냉방병’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최 상병이 생활관을 단독으로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갑질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사병들의 소식이 사흘에 한 번은 보도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사병을 배려한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제3여단의 속사정은 훈훈한 소식이다.
그러나 특정인에게만 해당되는 배려가 과연 배려일까. <한겨레>가 해당 부대 관계자들에게서 취재한 증언·자료를 종합하면 최 상병은 올해 외부 진료 목적으로 일곱 차례 외출을 나갔는데, 그중 세 차례는 10시간30분 이상의 외출을 허가받았다. 이 부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다른 병사의 경우 그렇게 외출 시간을 허가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대에서 1인실 생활을 하는 병사도 최 상병 말고는 없었다. 공군의 속전속결식 감찰 결과 발표에도 “일반적인 군 생활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 상병에 대한 공군의 ‘배려’는 감찰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공군은 군사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로 감찰 때 최 상병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당사자 조사 없는 감찰 조사에 대해선 들어본 기억이 없다. ‘방어권’ 차원에서라도 불러야 하건만, 특혜인지 배려인지조차 알 수 없는 처사다.
최 상병이 먹는 물까지 부대로 들여오도록 ‘배려’받는 동안 책임 있는 간부들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해결하려 들지 않았다. 이 부대 지휘관은 “빨래나 물을 (최 상병에게) 전달하는 것도 의사의 소견을 받아 절차적으로 제도화하자. 의사가 외부(에서 파는) 생수를 먹어야 한다고 하면 누가 항의하지 않을 거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상병에 대한 배려가 부대원들에게 ‘특혜’로 비칠 수 있음을 부대 지휘관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최근의 논란 이후 제3여단은 ‘병영생활 지도’를 목적으로 전파탐지기 등을 활용해 휴대전화 보안 위반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대 구성원들은 ‘공익제보자 색출을 하려는 게 아니냐’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병사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최 상병을 배려했다던 부대가 갑자기 “병영생활을 철저히 지도하겠다”고 나선 배경은 석연치 않다. 지금 공군의 의무는 사병들의 휴대전화를 점검하는 일이 아니라 병영생활의 불공정 문제를 분명하게 규명하는 일이다. 더 이상 “돈 없는 병사에게도 같은 배려를 제공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강재구 ㅣ 사건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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