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5촌 조카 조범동(37)씨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공모 관계로 기소된 혐의는 상당 부분 무죄가 선고돼 현재 진행 중인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조씨의 혐의에 대해 “권력형 범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씨에게 건넨 돈을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으로 판단했다. 또 조씨의 횡령죄를 일부 인정한 허위 컨설팅 수수료 지급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공범 관계에 있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씨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로 정 교수와 금융거래를 한 것 때문에 정치권력과 검은 유착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한 것이 이 범행의 주된 동기라는 시각이 있지만, 권력형 범행이라는 증거가 제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돼 직접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자 정 교수가 조씨를 통해 차명 투자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씨가 2017년 3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수수료 명목으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이하 코링크) 자금 1억5천여만원을 횡령했고, 2017년 7월 코링크 블루펀드에 14억원을 출자해놓고 약정 금액은 99억4천만원으로 부풀려 신고한 혐의를 공모했다고 봤다. 또 조 전 장관의 후보자 지명 뒤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8월17일과 19일 코링크 직원들을 시켜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한 혐의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세 가지 혐의 가운데 증거 인멸 부분만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정 교수로부터 ‘동생 이름이 드러나면 큰일 난다’는 전화를 받고 증거를 인멸하게 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정 교수와 공모해 범행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교수가 조씨에게 2015년 12월, 2017년 2월 각각 5억원을 건넨 뒤 반복적으로 ‘투자’, ‘수익률’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는 대여에 따른 이자를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컨설팅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5억원에 대한 이자를 조씨가 회삿돈으로 대납한 것과 관련해 조씨만 업무상 횡령죄를 인정하고 정 교수는 “이자를 받는 데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며 공범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정 교수와 조씨의 공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은 “잠정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다”며 “정 교수가 실제 형사적 책임을 지는지는 정 교수의 재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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