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검은 마스크 쓴 이)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의 잠정합의에 반대하는 비정규직 조합원 등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1일 협약식을 15분 남기고 민주노총 내부 문제로 취소되면서, 사회적 대화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른바 ‘좌파 그룹’으로 분류되는 민주노총 일부 지역·산별 조직 등 강경파를 김명환 위원장이 설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다, 노사정 대화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최종 무산”을 선언하며 앞으로 이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탓이다.
6월2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민주노총은 세차례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어 노사정 잠정합의안 승인 여부를 논의했다. 에이(A)4 10장 분량의 잠정합의안은 전문과 5개의 장으로 구성돼, 코로나19로 초래된 위기를 극복할 정부와 노사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가령, 노동계가 요구해온 고용 유지와 관련해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지급 기간 연장 추진 △특별고용지원업종 확대 검토 등을 하기로 했다. 또 △경영계는 고용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과 휴업 등의 조치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전국민 고용보험의 경우엔 올해 안에 사각지대를 해소할 로드맵을 만들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정부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상병수당’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업무와 관련이 없는 질병’으로 발생한 소득 손실 문제를 개선할 사회적 논의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민주노총 강경파는 이런 내용의 잠정합의안이 노동계의 요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장은 “코로나19로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일부 사업장은 폐쇄되고 있는데도 잠정합의안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은 빠져 있다. ‘협력한다’ ‘노력한다’ 같은 추상적인 말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와 정부 쪽은 이번 사회적 대화에서 합의가 도출된다면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큰 이정표를 만드는 셈이라 민주노총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시 협약식을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노총 핵심 관계자도 “지금까지 해온 사회적 대화의 결론을 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다시 중집을 소집하는 등 내부 설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애초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추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사회적 대화가 다시 시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관측이다.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틀 안에서 노동계 대표로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을 더 원하는 상황이었고, 경제단체들도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 대화 기구를 선호할 이유가 없는 탓이다.
이날 한국노총은 협약식 취소 직후 논평을 내어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최종’ 무산됐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노총의 사과와 잠정합의안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더 이상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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