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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한국서 최고 죗값은 징역 5년

등록 2020-07-08 05:00수정 2020-07-08 07:15

성착취물 판매·제공 1년4개월 복역
범죄수익은닉 최고형 5년…미국 20년
형평성·수사협조 감경사유 더 깎일 수도
“디지털성범죄 수사관행·양형 고쳐야”
여성의당 당원들이 7일 낮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손아무개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재판부(서울고법 형사20부)를 규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성의당 당원들이 7일 낮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손아무개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재판부(서울고법 형사20부)를 규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법원이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아무개(24)씨의 추가 혐의를 ‘한국 수사기관이 수사하라’며 미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했지만 손씨에 대한 엄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씨의 추가 혐의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 미국보다 턱없이 낮은데다, 이전 범죄 판결과의 형평성까지 따지면 최고형 집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성착취물 3055개를 판매·제공한 혐의(음란물 제작·배포 등)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지난 4월 이미 형 집행을 마쳤다. 손씨에게 남은 혐의는 미국 연방대배심이 기소한 ‘자금세탁죄’뿐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해 챙긴 약 4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아버지 명의의 계좌 등을 이용해 은닉한 혐의다.

하지만 국내에선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규정된 범죄수익 은닉·가장 범행의 최고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다. 최대 20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한 미국에 견줘 4분의 1 수준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관련 활동을 하는 박예안 미국 변호사는 “미국 법원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상당히 중한 범죄로 보고 있어 손씨를 미국에 넘겼을 경우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을 수 있다”며 “한국에서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된 혐의 등도 (새로운 피해자에 대한 수사를 통해) 미국에서 추가 처벌을 받을 여지도 있었지만 한국 법원 결정으로 이런 가능성이 차단됐다”고 덧붙였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입구 앞에서 ‘엔(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이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아무개(24)씨에 대한 법원의 범죄인 인도 청구 기각 결정에 반발하며 게시한 손편지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입구 앞에서 ‘엔(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이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아무개(24)씨에 대한 법원의 범죄인 인도 청구 기각 결정에 반발하며 게시한 손편지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손씨가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추가 기소되더라도 형평성을 다투게 되면 법정 최고형인 징역 5년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 법정 최고형은 무기징역이지만 손씨는 이 혐의로 1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만약 범죄수익 은닉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으면 가벌성이 훨씬 큰 ‘본체 범죄’보다 이로 인한 수익 은닉을 더 엄하게 처벌하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범죄인 인도 심사를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는 “손씨가 ‘대한민국에서 범죄수익 은닉죄에 대해 중형을 선고받더라도 죗값을 달게 받겠다’는 진술대로 정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했지만, 손씨에 대한 범죄수익 추징도 지난해 9월 기준 12.2%(4360만원)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신진희 성폭력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는 “손씨 사건은 1년6개월형을 확정판결한 것부터 잘못”이라며 “처음부터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한국 사법부의 무책임이 파장을 몰고 왔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손씨가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면 회원 수사에는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혐의가 추가로 나올 경우 손씨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수사기관 입장에선 손씨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씨가 수사에 협조할 경우 범죄수익 은닉 혐의에 대한 양형에는 유리한 감경사유가 돼 형량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사기관과 법원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와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원경 변호사는 “손씨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수사기관과 법원의 기존 수사와 양형 관행을 고치는 등 디지털 성범죄 처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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