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로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에 정치인들이 문상을 간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향한 연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씨의 힘겨운 싸움을 기록한 책을 누리꾼들이 사들이면서 8일 여러 온라인서점에선 이 책이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직장인 윤아무개(29)씨는 앞서 7일 온라인서점에서 김지은씨가 쓴 책을 주문했다. 지난 3월 출간된 <김지은입니다>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당한 김씨가 처음 방송에서 피해를 고백한 날부터 지난해 9월 안 전 지사가 징역 3년6개월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 554일의 심경을 담고 있다. 윤씨는 뉴스에서 안 전 지사에게 정치인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걸 보고 이 책을 주문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범죄를 옹호하는 말을 하는 걸 보며 기가 막혔다. 피해자가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곧 김지은씨와 연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분노한 시민들이 이 책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연대에 나서면서 <김지은입니다>는 각종 온라인서점 순위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온라인서점 교보문고에선 7일 사회정치 분야 책 가운데 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또다른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도 사회과학 분야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트위터에선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김씨에 대한 연대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안희정 위로해준 정치인들 사무실에 김지은입니다 한 권씩 보내드리고 싶다”고 적었다. “죽어서 인정받는 것이 아닌, 살아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 등 김씨의 저서 내용 일부를 발췌해 공유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김지은씨에게) 연대하는 분들께 책을 보내드리겠다”며 김씨의 책을 대량 구매하는 이들도 잇따랐다. 시인 유진목씨도 “<김지은입니다> 50부를 주문했다. 손목서가(서점)에 방문하시는 분들께 무료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피해자는 안희정이라는 정치인의 공고한 권력이 얼마나 비민주적으로 행사됐는지 문제제기했는데, (조문 논란은) 성범죄 가해자의 권력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럼에도 그런 공고한 권력보다 연대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시민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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