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누구를 위한 한국판 뉴딜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름만 ‘한국판 뉴딜’이지, 진짜 ‘뉴딜’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들어내겠다며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20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노동 없는 일자리정책”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뉴딜’은 일자리 확충 등 단기적인 위기대응책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같은 개혁을 뜻하는데, 정부가 수십년간 고착화된 ‘대기업 중심 경제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코로나19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등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누구를 위한 한국판 뉴딜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어,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계획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미국의 뉴딜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조합 활동을 합법화하고 ‘복지국가’라는 대안적 목표를 명확히 했기 때문”이라며 “한국판 뉴딜은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산업정책일 뿐 불평등 완화 등 사회 전반적인 구조 개혁 방안이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위원장은 “현재 한국 사회의 위기는 수십년간 누적된 모순이 코로나19로 인해 취약한 부분부터 드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쁜 일자리’를 확대하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체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노동조합 등 ‘정치적 힘의 부재’,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 등이 위기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불안정 고용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의 결사권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지원을 할 것인지 등 한국판 뉴딜이 만들어내야 하는 정치적 연대에 대한 이해가 부재하다”고 덧붙였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 뼈대인 일자리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90만개), ‘그린 뉴딜’(66만개), ‘사회안전망 강화’(34만개) 등 19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박용석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장은 “정부는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으나 공공서비스 인력 확충 정책은 거의 외면하고 있다”며 “지금 곳곳에서 벌어지는 휴·폐업이나 구조조정 등 고용위기 상황에 대한 예방대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350만개 일자리 창출),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통한 창업·서비스 활성화’(238만개 일자리 창출) 방안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정부 계획에서는 공공의료와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찾아볼 수 없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코로나 2차 유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공공병원을 짓는 것이 가장 좋은 공공인프라인데 단 한 줄의 언급도 없다”고 꼬집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커뮤니티 케어 등 정부 돌봄 정책이 답보 상태인데도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계획에 전혀 등장하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모든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으면 실업급여를 탈 수 있도록 하는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를 2025년까지 완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1400만명인 고용보험 가입자를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등까지 포함해 21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황예랑 선담은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