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7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가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으로 제시한 ‘법무부 장관과 총장의 수사지휘권 제도 개혁’ 권고안은 한마디로 ‘검찰 수사에서 총장의 지휘권을 없애고, 그 자리에 장관을 올려놓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검찰 조직 수장의 핵심적인 수사지휘 기능을 정무직인 법무부 장관으로 대체하는 셈이어서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위가 총장의 권한 분산과 견제의 필요성으로 이날 내놓은 권고안의 배경에는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들이 총장을 정점으로 수직적인 피라미드에 놓여 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개혁위는 “총장의 수사지휘권은 일선 수사팀에 거부할 수 없는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는 매개가 되기도 했고, 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특별수사에서는 선택·표적·과잉·별건 수사 등의 폐해와 논란이 있었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처방전으로 검찰청법 제8조와 제12조의 개정을 제안했다. 이는 검찰 수사의 구체적 사건을 지휘하는 정점에 총장이 아닌 법무부 장관을 앉히는 것이 뼈대다. 현재 장관은 총장을 통해서만 구체적 사건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데, 권고안에서는 장관이 권역별 고검장을 지휘·감독하게 했다. 총장이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조항은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한다’고 고쳐 구체적 사건의 수사지휘 근거는 없앴다. 개혁위는 임기 보장과 함께 수사지휘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총장이 수사권을 남용하면 이를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권한의 분산이 필요하다고 봤다. 개혁위의 정영훈 변호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장관이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것도 굉장한 정치적 부담을 갖고 있다”며 “장관이나 고검장의 수사지휘는 예외가 돼야 하고, 고검장이 수사검사의 의견도 받게 해서 수직적으로 견제 가능하고, 수평적으로도 고검장끼리 상호견제가 되리라는 생각에서 권력분립 원칙에 있어 훨씬 더 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개혁위는 앞서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가 권고한 내용을 인용하며 총장과 대검은 “정책 기능, 일반적인 지휘·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관이 총장을 건너뛰고 고검장들을 직접 지휘하는 권고안을 놓고 차기 총장 후보군인 고검장들이 장관의 입김에 휘둘릴 소지가 커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은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공권력이면서 동시에 수사의 독립성도 보장돼야 하지만, 장관과 고검장이 물밑에서 직거래할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검에서 형사정책을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개별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거쳐야만 지휘·감독이 가능하게 한 이유는, 총장은 임기가 2년 보장돼 있어 인사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권력형 비리 수사 등을 할 때 외풍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차기 총장 제청권을 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총장 후보군인 고검장들을 지휘할 경우 과연 몇명이나 소신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지휘는 보고를 전제로 한다. 법무부 장관이 각 고검장으로부터 보고도 받겠다는 것인데 이건 민주적 통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도 “맘에 드는 총장이든 맘에 안 드는 총장이든 정상적인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는데, 권고안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어서 이게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필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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