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시행령에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 등은 시행령 공개 전 의견을 조율하는 ‘고위협의체’ 회의에서 법무부장관 승인을 명시한 조항을 빼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시행령에 규정되지 않은 범죄 중 국가·사회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을 수사개시할 경우,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조항이 이번 대통령령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정권 편향 수사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법무부는 애초 시행령 논의에 들어가면서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수사개시심의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국민의 공분이 이는 일부 사건은 장관 승인이 필요하게 하자”는 안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추 장관 등은 이날 회의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시행령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는 6대 범죄(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부패범죄)에 마약범죄와 사이버범죄로 제한한다”는 취지로 정리됐다. 장관들 사이에선 “검경수사권 법안 취지에 맞게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대폭 줄이자”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형사소송법 시행령 주관부처 문제는 아직 협의되지 않았다. 행안부는 “주관부처에 경찰청을 넣어달라”고 강하게 주장했으나 법무부는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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