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가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의혹과 진실> 책 표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세월호 유가족이 쓴 서적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박종대씨는 3일 <한겨레>에 “사참위가 지난달 내가 쓴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의혹과 진실> 서적이 사참위가 수집한 자료 등이 유출돼 향후 원활한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서울서부지법에 서적 인쇄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박씨는 세월호 침몰 당시 목숨을 잃은 단원고 2학년 박수현 군의 아버지다. (▶관련 기사 :
아들이 내준 숙제, 기록과 싸움은 계속된다)
사참위가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신청서를 보면, 사참위는 “(해당 서적에) 사참위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조서, 사진 및 수집한 자료가 직간접적으로 인용됐고 사참위의 조사 내용 및 조사에 협조한 조사대상자의 신원 및 인적 사항까지 여과 없이 기술됐다”고 썼다. 이들은 “조사자료 및 내용이 유출됨으로써 원활한 조사수행에 큰 타격을 입게 됐고 보안서약을 하면서까지 확보한 자료가 포함돼, 공개될 경우 향후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조사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서적 판매 금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단원고 2학년 고 박수현군은 세월호가 기울어지는 마지막 순간을 담은 동영상을 남겼다. 그 동영상을 본 아버지는 “아들이 내어준 숙제”라 생각하고 아이가 언제,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알아내는 데 몰두했다. 사진은 아버지 박종대씨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시 자택에서 구조 실패의 책임이 누구인지 설명하는 모습.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사참위는 사참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박씨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특별법)에 명시된 규정한 비밀 준수와 조사대상자 보호 조처를 위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사참위는 “박씨가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에 열람‧대출하는 자료들이 모두 기밀임을 주지시켰고, 박씨도 기밀을 외부에 누설하거나 공개하지 않을 것을 서약했다”고 했다. 특별법에서는 위원회의 위원 등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조사대상자나 조사내용을 출판물 등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세월호 아빠의 1100쪽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2018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사참위 자문위원 직을 맡고 있는 박씨는 사참위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책 내용이)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사참위가 기밀이라고 말한 부분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내용이라 직무 위반이나 비밀 위반이라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조사대상자 신원이 나온 부분도 이미 다른 서적이나 언론 등에 나온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사참위 관계자는 “세월호 유가족이 관련된 부분이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