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입장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보좌해 수사를 지휘해온 이정현(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이 지검장의 측근들이 검찰총장의 참모 역할을 하는 대검 주요 부장(검사장)에 임명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핵심 참모인 조남관(24기) 법무부 검찰국장도 고검장 승진을 해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성윤 지검장은 유임됐다.
법무부는 7일 이런 내용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애초 이 지검장은 수사지휘권 파동까지 촉발된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관계를 아직 입증하지 못한데다, 압수수색 당시 정진웅 형사1부장의 몸싸움 사건까지 발생해 책임론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현안 사건 처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한다”며 그를 유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참여정부 때 특별감찰반장으로 당시 민정수석인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현 정부에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맡아왔다.
이 지검장의 핵심 참모인 이정현 1차장과 신성식(27기) 3차장은 각각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나란히 승진했다. 이 지검장과 가까운 이종근(28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도 대검 형사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정현 차장과 신성식 차장은 ‘한동훈 압수수색 몸싸움’과 ‘부산 녹취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각각 감찰 및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등을 거쳐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낼 때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심재철(27기) 검사장은 검찰 인사·예산을 주무르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올랐다.
지난 1월 인사에 이어 이번에도 검찰 내 핵심 자리 4곳이 모두 호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북 고창, 심재철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은 전북 완주, 신성식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전남 순천, 이정현 신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전남 나주 출신이다. 과거 정부에서 검찰 핵심 요직은 지역 안배를 고려한 인사를 해왔다. 27기는 검사장 7명 가운데 5명이 호남 출신이다.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장영수(24기) 서울서부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해 대구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강요미수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낸 대검 형사부 실무진과 갈등을 빚은 김관정(26기)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28기에선 처음으로 검사장(3명)이 배출됐다. 추 장관과 한양대 법학과 동문인 고경순(28기) 서울서부지검 차장이 여성으로는 역대 4번째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상철(23기) 수원고검장은 서울고검장에, 구본선(23기) 대검 차장은 광주고검장에 전보됐다.
한직으로 꼽히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이 난 문찬석(24기) 광주지검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문 지검장은 지난 2월 당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윤 총장 지시를 거부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