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고발자는 큰 결심과 용기를 필요로 하고 고발 이후엔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 게 현실입니다.”
2017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다. 내부 고발자의 비참한 처지를 상기시키며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추 장관은 3년이 흐른 지금 ‘내부 고발자 입막음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9일 아들 서아무개(27)씨의 부대 배치 관련 청탁 의혹을 제보한 전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과 이를 보도한 <에스비에스>(SBS)를 형법·정보통신망법의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아들의 훈련소 수료식 날 부대 관계자와 개인적으로 만나지 않았고, 컴퓨터로 부대 배치가 이뤄져 부대 배치 청탁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고발 이유였다. 서씨의 법률 대리인 현근택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부서 배치에 청탁을 운운하는 악의적인 주장과 확인을 거치지 않은 허위 보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법적 대응할 계획”이라며 밝히기도 했다.
추 장관 쪽은 보도 내용이 허위 사실인데다 기사 제목 등이 악의적·의도적이어서 형사적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재갈 물리기’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서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 하루에도 수천개씩 쏟아져 나온다는 하소연이었다. 신 의원에게 추 장관 관련 의혹을 제보한 전 한국군지원단장이 신 의원의 참모장 출신인데다 ‘청탁하지 말라고 40분간 교육했다’는 그의 발언이 과장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발 등 법적 강경 대응에 나선다면 비위 감시라는 공익적 목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 소송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국민의 의사 표현 등을 제한하는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고발할 경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불필요한 오해나 의심을 살 수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반론 보도 등으로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추 장관은 형사 고발을 택해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20대 국회에 발의됐다가 폐기된 이른바 ‘입막음 소송 방지법’(민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은 이렇게 경고했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경제적·심정적으로 부담을 주고 정치적·공적 사안을 경제적 권리나 개인 평판 문제로 변형시킬 수 있다.” 추 장관의 아들 의혹에 대한 대응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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