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낮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본관에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생이 국시원 관계자들과 함께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달 7일,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의사단체가 처음 집단휴진을 시작하고 한달이 지났습니다. 집단휴진의 주요 동력이던 전공의 등 ‘현직’ 의사들은 병원으로 대부분 복귀했지만, 현재 의대생들은 의사 국가고시(국시) 거부와 동맹휴학을 중단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진료 현장을 떠난 의사, 환자를 돌려보내는 병원, 의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거부하는 의대생. 의사들의 집단휴진이 이어지는 동안 기록된 혼란스러운 장면들입니다. ‘내년 의료 현장에서도 환자는 많고 의사는 없는 혼란이 되풀이되진 않을까?’ 시민들 사이에선 걱정 섞인 질문이 나옵니다.
안녕하세요. 사회부에서 코로나19와 의사 집단휴진 사태를 취재하는 김민제입니다.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로 집단휴진은 일단락됐지만,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거부가 새로운 불씨로 등장했습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를 중심으로 한 의대생들은 정부 의료정책에 항의하는 뜻에서 무더기로 의사국시에 응시하지 않았고 정부는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합니다.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더불어민주당이 의료정책 원점 재논의와 단체행동 중단에 합의했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줄다리기는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의료인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집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의사국시 합격자는 해마다 3천명을 넘었습니다. 올해 의사국시에는 응시 대상 3172명 가운데 14%인 446명만이 신청했습니다. 의사국시를 통과해 면허를 딴 신규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등에서 수련 과정을 밟고 향후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가 되는 걸 고려하면, 의료인력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정부는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거부로 인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인턴이라고 하는 인력들이 의사들이 해야 되는 기본적인 업무들을 상당히 담당하고 있다”며 “인력의 적절한 배치와 재조정, 확충을 통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공보의 부족 문제를 두고는 “대략 300명 내외의 인력 소요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공보의가 배치된 지역에 필요성을 좀 더 검증해보고 우선순위가 낮은 곳에 공보의를 공동 배치해 활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집단휴진 사태가 남긴 숙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데에는 생명을 다루는 업무에서도 손을 떼는 의사단체의 집단행동 방식이 영향을 줬습니다. 전공의들이 지난달 7일 하루 업무를 중단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같은 달 14일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21일 전공의들의 무기한 집단휴진으로 이어졌는데요. 응급실·중환자실 같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까지 집단휴업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4일 우여곡절 끝에 정부·여당과 의협이 정책 원점 재논의와 진료 현장 복귀를 명시한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전공의들은 최대집 의협 회장의 독단적 결정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지난 8일에야 속속 병원에 복귀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여러곳 돌다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0일 “의사 집단행동으로 응급·중증 환자들의 피해와 불편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환자가 자신의 생명과 치료를 맡기고 있는 의사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이번 집단휴진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공의·의대생 모임인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의 한 의대생은 “의사도 단체행동을 할 수 있고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더라도 보장돼야 할 노동권이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병원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공익사업장이다. 노동권 행사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이 중단되면서 당장의 의료 공백은 서서히 채워지고 있지만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의협은 의사국시에 응시하지 않은 의대생들에 대한 정부의 구제를 요구하며 “(정부·여당과의 합의는) 학생과 의사 회원에 대한 완벽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성립한 것이며 이 전제가 훼손되면 합의 역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향후 의-정 협의체에서 본격적으로 의료정책 관련 논의가 이뤄지면서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떻게 상황이 변해도 위급한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민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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