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5일 입장문을 내어 ‘끼워맞추기식 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공소 유지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한 재판에서는 검찰과 윤 의원 쪽이 기부금 용처 등 증거를 얼마나 내놓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기자들에게 “윤미향 의원 사건은 원칙적으로 단독판사 사건이지만 예규상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으로 봐서 재정합의 결정에 따라 합의부에 배당됐다”고 밝혔다. 법원 역시 사실 다툼의 여지도, 파급력도 큰 사건으로 본 것이다.
윤 의원 재판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윤 의원이 기부금 등에서 1억원가량을 유용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밝힌 돈의 출처는 개인 계좌 모금(5755만원), 정대협 경상비(2098만원), ‘평화의 우리집’(마포 쉼터) 운영비(2182만원) 등 세 군데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한겨레>에 “윤 의원이 수시로 돈을 가져가 생활비 등 개인적으로 쓴 내역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재판 전략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용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증거를 확보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윤 의원이 개인 계좌에서 빼낸 돈의 용처를 전부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례를 보면 용처를 입증할 책임은 피고인인 윤 의원에게 있다. 2003년 대법원은 법인 계좌가 있는데도 개인 계좌로 받아 돈을 지출한 한 법인의 대표이사에 대해 “사용처에 관한 증빙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이해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했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출 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일부 금액을 윤 의원 쪽이 ‘목적에 맞는 지출’임을 소명하지 못해 횡령으로 봤다”고 전했다.
검찰은 또 ‘마포 쉼터 소장과 공모해 길 할머니의 치매 상태를 이용해 돈을 기부받았다’며 준사기 혐의로 윤 의원을 기소했다. 준사기는 미성년자나 상황 판단이 어려운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다. 따라서 길 할머니가 기부의 취지를 제대로 판단하고 동의했는지 여부가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의연 쪽은 “길 할머니는 치매 등급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2016년 7월 대형종합병원에서 치매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당시에도 치매 등급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의원도 앞서 14일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하셨다”고 반박했다.
특히 기부가 이뤄진 2017년 11월 당시 길 할머니의 치매 진단 여부가 관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2017년 1월부터 길 할머니가 심신장애였다는 근거가 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한편 정의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은 대부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 가짜뉴스를 양산해온 일부 언론이 ‘제기된 의혹이 대부분 기소됐다’는 프레임으로 다시 정의연을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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