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 블랙박스 CCTV 조작 관련 특별검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박병우 사참위 국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세월호 시시티브이(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이 조작됐다는 증거를 추가로 확보했다며 국회에 이 사건 재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했다. 2016년에도 국회에서 특검 요청안을 논의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176석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세월호 특검’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사참위는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2014년 8월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제출된 세월호 선내 시시티브이 영상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영상 저장장치인 디브이아르(DVR) 본체 수거 과정이 조작·편집됐다는 증거도 추가로 확보했다”며 “국회에 특별검사 임명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참위는 복원업체 관계자가 보관하던 영상과 법원에 제출된 영상을 비교·분석한 결과 법원에 제출된 시시티브이 영상 중 1만8353곳에서 다른 부분의 데이터가 복사된 뒤 ‘덮어쓰기’ 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병우 진상규명국장은 “엉뚱한 내용을 복사해 덮어씌우는 바람에 해당 부분을 재생하면 계속 오류가 생긴다”며 “프로그램 오류나 기계적 결함이 아닌 인위적 조작에 의한 현상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014년 4월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을 기록한 영상에서 유독 15~16일 이틀 사이의 영상에 이런 오류가 74%가량 집중됐다는 게 사참위의 설명이다.
사참위는 세월호 내부 64개 시시티브이 영상이 저장된 디브이아르 본체를 수거하는 과정에서도 증거 조작이 의심되는 단서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박 국장은 “당시 해경 현장지휘본부 자료에서 2014년 5월9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디브이아르 인양 후 인수인계 내역’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는 해군이 밝혀온 디브이아르 발견 시점인 2014년 6월22일보다 한달 넘게 앞선 시점이다. 사참위는 시시티브이 연결선 등으로 강하게 이어져 있던 디브이아르가 선체 내 다른 장소에서 영상에 포착된 점 등도 ‘증거 조작’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특검 도입은 정치권으로 공이 넘겨졌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는 사참위가 국회에 특검 임명을 요청하면 소관 상임위원회가 3개월 안에 안건을 심사해야 하며, 기한 내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도 안건은 자동 상정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2016년 2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1기 세월호 특조위가 세월호 특검을 요청했지만 특조위 활동이 강제 종료되면서 모두 흐지부지됐다.
문호승 사참위 상임위원은 “강제수사권이 없는 사참위 대신 특검이 사참위가 찾아낸 사실을 토대로 누가 왜 조작했는지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더 이상 특검이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21대 국회는 희생자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분명한 진실을 밝혀내도록 특검 요청을 신속히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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