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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조직논리 강해…독립성보다 중립성 가치 중요”

등록 2020-10-14 08:59수정 2020-10-15 16:40

박용현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김남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1년간 25개 개혁 권고안 내놓은 법무·검찰개혁위 활동 마쳐

검찰 커다란 관료권력 되고 스스로 이익 지키는 집단 돼버려
검찰 권력의 무소불위 시대 이제 끝내자는 게 검찰개혁 핵심
우리나라처럼 검찰총장에게 권한 집중돼 있는 나라는 없어
검찰총장 권한도 분산하고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도 제한을

‘순천지청 규모’ 공수처 너무 작고 검찰 직접수사 범위는 넓어
경찰 견제 장치도 부족…기관간 권력 분배로 견제·균형 찾아야
검찰개혁 이슈 정치화? 개혁 의도 따지는 것 자체가 진영논리
“위원회는 과연 진정한 검찰개혁이란 무엇인가를 엄중히 고민했습니다.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 권력이 되는 무소불위의 시대를 이제는 끝내자는 것입니다. 동시에 검찰은 정치권력의 뜻대로 움직이는 기관이 돼서는 안 됩니다. 무소불위의 권한은 누가 갖든 문제를 일으킵니다. 누구도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도록 검찰권을 분산하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입니다.”

검찰개혁이라는 화두와 씨름해온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달 말 1년여의 활동을 마치면서 내놓은 ‘국민께 드리는 글’의 일부다. 위원장으로서 위원회를 이끌어온 김남준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는 지난 한해 동안 우리 사회에서 검찰개혁을 가장 깊이 고민한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여러 위원회 활동을 경험했지만 가장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인 게 법무·검찰개혁위원회라고 한다. 다른 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에 한 차례, 초기에는 두 차례씩 회의를 열며 모두 25개의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그사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가시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모든 개혁이 그렇듯 기득권 세력의 소란스러운 저항은 아주 작은 변화일 뿐인데도 대단한 일이 벌어진 듯한 착시를 일으키곤 한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강조하는 ‘검찰개혁을 포괄한 권력기관의 총체적 개혁’이란 틀에서 볼 때 우리 사회는 거대한 변화의 첫발을 이제 겨우 떼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김 변호사를 만나 검찰, 나아가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김남준 전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박용현 논설위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남준 전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박용현 논설위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어떤 세력이 집권하든 검찰권이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행사되는 게 검찰개혁의 목표이며 그 핵심은 검찰권 분산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력이 검찰에 개입하지 않고 독립성을 보장하면 검찰권이 제대로 행사될 것이라는 게 과거의 인식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단계를 넘어선 것 같다. 검찰권 자체가 고유한 권력이 되지 않았나. 검찰이 하나의 커다란 관료 권력이 되고, 스스로의 이익을 지키는 집단이 됐다. 사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이 제정되는 시점에서는 워낙 경찰의 권한과 숫자는 많고 검찰은 적었기 때문에 과도한 법률적 권한을 검찰에 부여하면서까지 ‘경찰 파쇼’를 막자는 말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검사와 수사관 숫자도 많고 조직이 커진 만큼 검찰이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들에서 하는 수준의 검찰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기보다는 법률가로서 수사기관의 위법 수사를 통제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본연의 업무를 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정치권력도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인데.

“과거에는 독립성과 중립성이란 용어가 혼용됐다. 그런데 지금은 중립성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독립성을 보장하면 조직의 논리 때문에 검찰권 행사가 왜곡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는 게 지금의 객관적인 평가다. 그래서 독립성보다는 정치권력 또는 다른 어떤 권력으로부터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것 같다.”

김남준 전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남준 전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 정부 들어 검찰이 과잉수사로 비판받는 일도 있었고, 반대로 축소수사라고 비판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전체적 평가는 어렵다. 다만 검찰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든 소극적으로 하든 간에 그 핵심에 검찰권력을 지키고 조직의 이익을 지키는 게 중요하게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위원회는 권력기관 간 권한 분산과 함께 검찰 내 권한 분산도 권고했다. 특히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검장들에게 넘기라는 권고안은 논란을 불렀다.

“검찰이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거기에 더해 수사지휘권과 상명하복을 통해 검찰총장에게 모든 권한이 쏠린다. 우리나라처럼 검찰총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정치권력이 검찰총장 한 사람만 통제할 수 있게 되면 검찰 조직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 상명하복 문화를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는 일환으로써 이런 권고를 하게 됐다. 검찰총장도 그렇고 경찰청장도 그렇고 혼자서 다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로 돼 있어서 한 사람만 잡아버리면 그 조직 전체를 정치권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문제다.”

―그런 문제의식은 공감하지만, 고검장들은 차기 총장 후보군인데다 임기 보장도 없기 때문에 인사권자인 장관의 통제 아래 쉽게 들어올 수 있다는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제기된 문제 중에는 경청할 부분도 상당히 있었고 실제 제도가 시행될 때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권고안 자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비판도 있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기본적으로 검찰 권한의 중립성을 위해 행사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 위험하다는 판단이 서거나 또는 조직 자체의 이익만을 위해 검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정치권력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행사해서 통제한다는 것인데, 마치 검찰총장이 고검장을 지휘하듯이 법무부 장관이 자주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거라고 예정해서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지금은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버리면 그만이지만, 권고안에서는 고검장의 의견을 먼저 듣도록 했다. 그 과정이 언론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이거나 편파적인 수사지휘권 행사에는 제약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 아닌가?

“수사지휘권이 행사된 역사를 보면 검찰이 정치권력에 대해 수사를 하려고 할 때 불기소하게 하거나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게 큰 문제다. 이승만 대통령이 임영신 상공부 장관에 대해 수사하지 말도록 한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도 법무대신이 집권당 실세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킨 뒤 사임한 일이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측근들의 뇌물 혐의를 기소하지 못하도록 검찰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서 유럽연합에서는 장관이 불기소 지휘를 하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 위원회의 권고안에도 장관이 불기소를 전제로 한 지휘권 행사를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밖에 위원회의 25개 권고안 중 중요한 것을 꼽아본다면 어떤 것인가?

“검찰 권한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개혁안들을 총체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보기 힘들다. 그래도 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위원들의 의견을 모아보니 인사제도 개혁안, 불기소 결정문 공개, 사건 배당 기준 등에 관한 권고가 꼽혔다.”

(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이든 검찰총장이든 한 사람이 검찰 인사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직급별 검사 대표가 검찰인사위원회에 참여해 기관장 보직을 심사하게 하는 등 민주적인 인사제도 개혁을 권고했다. 또 고위 공직자 수사가 불기소로 결론날 경우 그 결정문을 공개함으로써 ‘봐주기 불기소’를 방지할 것을 제안했다. 상급자 마음대로 중요 사건을 특정 검사에게 배당하는 식으로 충성심을 유도하고 조직 내 공정성을 해치지 못하도록 평검사와 수사관 등이 참여하는 ‘사건 배당 기준위원회’를 만들 것도 권고했다.)

―위원회가 활동한 지난 1년 사이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을 위한 법안들이 통과됐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권 초기에 적폐 수사가 너무 길어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전체 권력기관 개혁이 늦어지고 검찰개혁도 늦게 시작한 측면이 크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공수처도 언제 설치될지 모르고 검경 수사권 조정도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너무 넓은 상황이어서 갈 길은 아직 멀다고 본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 내용에 부족한 점을 좀더 짚어보자면?

“공수처법에 대해 국민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이게 굉장한 기관인 것처럼 평가되고 있는데 검사들에게 물어보니 공수처 규모가 지금 순천지청 정도라고 하더라. 반면 검찰은 검사 숫자가 2200명, 전체 조직이 1만명을 넘어간다. 예전에 경찰과 검찰의 관계 같은 느낌이 든다. 해방되고 난 뒤 검찰 조직은 숫자가 너무 적고 경찰의 횡포가 너무 심해서 검찰에 과도한 권한을 준 측면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 공수처는 과도한 권한을 가졌다고 보기도 힘들다. 수사에 우선권을 행사하는 정도의 권한을 줬는데,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기에는 조직의 규모가 작지 않나 평가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봐도 검찰의 직접수사 비중이 크다. 수사·기소권 분리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게 이뤄진다면 공수처의 기능도 장기적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남준 전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남준 전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수사권이 경찰에만 집중되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13만 조직이고 검찰 조직보다 더 강한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선화된 조직, 강력한 동원체제로 돼 있다. 지금 경찰개혁안이 잘못 설계되고 있는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완전히 나눠야 한다. 수사권을 국가수사본부에 두는 정도로는 고위직 행정경찰들의 수사경찰에 대한 수사 관여를 막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자치경찰에 대한 권한 이양이 더 많아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권한이 분배되면서 권한 남용이 줄어들 것이다. 인사나 재정, 감찰 같은 분야에 경찰위원회가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직장협의회 같은 제도라도 만들어 낮은 직급의 목소리가 상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통제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검찰개혁이란 용어가 강조되기는 하지만,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권력기관 개혁 또는 권력기관의 권력 재분배와 이를 통한 견제와 균형으로 보는 게 맞다. 국가정보원이 정보 기능을 가지면서 대공수사권을 행사하는 게 문제다. 경찰은 오히려 수사 기능이 위축되다 보니 정보 등 다른 기능이 너무 강해져 있다. 경찰은 수사와 경비, 치안에 집중해야 하고, 검찰은 기소나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 통제, 법원은 재판, 이렇게 권한이 나뉘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 아래 국가 권력기관의 분립이 이뤄져야 한다. 권력기관이 자기의 고유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권한을 분산하고 서로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수사·기소권 행사에 시민이 참여해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이런 취지로 도입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여러 논란을 낳기도 했다.

“수사심의위는 도입해볼 만한 제도이긴 한데, 장단점이 있다. 전문성이 부족해 어떤 경우에는 검사가 하는 대로 끌려가기도 하고, 반대로 수사기관 입장에서 수사심의위 단계에서 많은 자료를 내놓을 수가 없는 반면, 변호인들은 집중적으로 준비를 많이 해 방어하기 때문에 왜곡된 결정이 나올 수 있는 문제도 상당하다. 보강이 필요하다. 시민참여 방안으로 지검장 직선제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지금처럼 검찰 권한이 너무 강한 상태에서 지검장 선거까지 하면 18명의 검찰총장이 생겨난다는 말도 있다. 검찰권 분산이 이뤄지고 나면 검토해볼 만한 제도가 아닌가 싶다.”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 이슈가 정치화한 게 현실이다. 진영논리에 의해 찬반이 갈리고 개혁의 의도를 따지곤 한다.

“진영논리로 볼 때는 어떤 식으로 평가해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검찰개혁이나 권력기관 개혁은 장기적인 과제고 진영논리에 의해 단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개혁의 의도를 따지는 것 자체가 진영논리가 아닌가. 대한민국 검찰권력은 역사적으로 권한이 너무 강해지면서 자기도 주체할 수 없는 권력이 돼버린 상황이다. 외부에서 외부의 시각으로 국민적 동의를 거쳐 개혁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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