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돌아다니며 사참위법 개정 청원 등 국민동의청원 동의 구하는 순회 활동에 매일 참여한 세월호 유가족 윤경희씨가 경기 안산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산/김혜윤 unique@hani.co.kr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시연(당시 18살)양의 엄마 윤경희(43)씨는 지난달 6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 주차된 대형버스에 올라탔다. 옆면에 ‘4·16진실버스’란 글과 함께 대형 노란 리본이 그려져 있는 버스였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가 시민단체들과 함께 제출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가족협의회가 제출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개정과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기록물 공개 결의 두 가지다. 오는 12월11일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활동 기간이 끝나지만 침몰 원인과 희생자 구조 소홀 문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참위는 수사권이 없어 강제 조사에 나설 수 없었고, 구조 소홀을 확인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살펴볼 수도 없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한달 안에 10만명이 동의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심사해야 한다.
4·16진실버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제공
윤씨가 탄 ‘4·16진실버스’는 청와대 사랑채를 시작으로 광주, 부산, 원주 등 전국 27개 도시를 21일 동안 쉼없이 달렸다. 모두 3100㎞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지난달 29일 <한겨레>와 만난 윤씨는 전국에서 만난 시민들이 세월호 진상조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만난 한 시민은 윤씨가 탄 진실버스를 반기면서도 “세월호 유족이 왜 오지?”라며 의아해했다고 한다. 진상조사가 진척이 없다는 윤씨의 설명을 들은 뒤 그는 “진상조사가 잘되고 있는 줄 알았다.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선전활동과 간담회가 이어지고 밤늦게 차를 달려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여정이 반복됐다. 다른 참사 피해 유가족과의 ‘연대’가 없었다면 고된 일정을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윤씨는 말했다. 대전에서 현장실습 중 직장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난 김동준군의 어머니한테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제주도에선 노동재해로 사망한 이민호군의 아버지가 함께 팻말을 들었다. 광주에서 5·18 희생자 유가족을 만났고, 제주도에서 4·3 희생자 유가족 간담회도 했다. 윤씨는 “유가족들이 진실버스 일정을 알고 우리가 방문한 현장을 찾아주셨다. 그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가족협의회가 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기록물 공개 결의를 요구하며 제출한 국회 국민청원이 10만명 동의를 얻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화면 갈무리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족협의회가 준비한 펼침막에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제자리걸음인 진상 규명, 유족들의 아픔이 전해져 미안하다”는 등의 메시지를 빼곡히 써줬다.
윤씨의 간곡한 바람과 연대의 힘은 결실을 이뤘다. 지난 31일 밤 가족협의회가 제출한 국회 국민청원 두개 모두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진상 규명을 이어갈 수 있는 첫발을 뗀 것이다. 소식을 전해 들은 윤씨는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윤씨는 <한겨레>에 “진상 규명이 이뤄지고 책임자가 처벌된다고 우리 아이들이 돌아오진 않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꼭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며 “많은 국민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원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뜻을 모아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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