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고 서지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 출범 및 진상조사위원회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태움’으로 불리는 간호사들 사이의 직장내 괴롭힘을 겪다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서지윤 간호사(서울의료원)의 사망이 산업재해로 인정 받았다.
9일 근로복지공단은 서 간호사의 유족이 제출한 산재 신청에 대한 심의를 거쳐, 업무상 질병(산업재해)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공단 소속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어 유족·대리인의 진술을 듣고, 관련 자료를 검토해 이같이 결정했다. 업무상 질병 판정위는 서 간호사가 직장 내에서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돼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서 간호사 사망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시와 서울의료원 노조·유족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대책위원회는 고인의 사망이 직장 내 괴롭힘에서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조사결과를 보면, 고인은 병동 내 가장 업무 강도가 높은 팀에서 순환배치 없이 2년 이상을 근무했다. 같은 해 입사한 같은 병동 다른 간호사와 비교하면 휴일은 적고 근무 일수는 많았다. 또 고인은 다른 동료 간호사보다 야간근무를 2배 이상 맡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그는 2018년 12월 행정부서에 배치된 후 업무용 컴퓨터와 책상, 사물함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인 정신질병은 산업재해 인정이 가능하도록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구체화됐다. 공단은 이로 인해 정신질병에 대한 산재 신청이 2014년 137건에서 지난해 331건으로 늘었고, 이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 또한 2014년 47건에서 지난해 231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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