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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태일 죽음은 박정희 노동정책에 대한 항의” DJ 친필 연설문 공개

등록 2020-11-11 16:13수정 2020-11-11 16:53

김대중도서관 50년전 DJ 친필 연설문 처음 공개
“김 전 대통령 노동문제 인식 알 수 있는 자료”
신민당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0년 11월21일 열린 전주 유세를 앞두고 전태일 열사의 분신에 대해 친필로 작성한 연설문. 김대중도서관 제공
신민당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0년 11월21일 열린 전주 유세를 앞두고 전태일 열사의 분신에 대해 친필로 작성한 연설문. 김대중도서관 제공

“서울 평화시장의 피복노동자 전태일씨의 분신자살은 결코 일개 피복직장의 노동조건에 대한 반항이 아니라 실로 현 정권의 반근로자적 노동정책에 대한 항의인 것이며 오늘의 절망에 찬 사회현실에 대한 일대 경종이라고 반성해야 한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11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태일 열사의 분신 소식을 듣고 친필로 작성한 연설문을 최초로 공개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 11월13일 당시 신민당 대통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은 같은 달 21일 전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전태일을 언급하며 박정희 정권의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열악한 작업환경과 낮은 보수로 신음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짚고 “경제건설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때까지는 근로자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식의 18세기적 경제정책에 젖어 있는 현 정부의 사고방식은 너무도 위험하다. 국가의 엄연한 실정법인 근로기준법의 준수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이를 사실상 사문시켜 버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국의 노동실태를 파악해서 노동자의 정당한 지위 확립에 획기적인 조치를 단행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며 “이것만이 전태일씨의 거룩한 희생을 살리는 길이며 내일 닥칠 커다란 파탄을 미리 해결할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연설문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박정희 정권의 불균등 발전 전략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1970년 당시 야당의 주요 지도자였던 김 전 대통령의 노동문제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아래는 김대중 대통령의 친필 연설문 전문

1970년 11월 21일 전주에서

<근로기준법 무시한 노동정책에 획기적 시정을 촉구한다>

노동정책에 일대 반성과 시정을 촉구한다.

1. 서울 평화시장의 피복노동자 전태일 씨의 분신자살은 결코 일개 피복직장의 노동조건에 대한 반항이 아니라 실로 현 정권의 반근로자적 노동정책에 대한 항의인 것이며 오늘의 절망에 찬 사회현실에 대한 일대 경종이라고 반성해야 한다.

2. 현 정부는 건설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의 엄연한 실정법인 근로기준법의 준수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이를 사실상 사문시켜 버렸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의 요구를 외면하며 공화당정권이 지금까지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었다면 어떻게 하면 노동조합을 그들의 정치적 도구로 만드느냐 하는 것뿐이었다.

3. 평화시장의 피복공 같은 인간 이하의 작업환경과 보수 속에서 신음하고 있고 근로자는 전국 도처에 무수히 존재한다. 방직, 제혁, 운수, 접객업소 등 많은 직장에서 법을 위배한 부당노동행위와 의식을 위한 생존비조차 지급하지 않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정부는 지금도 일관해서 외면하고 있다.

4. 건강하고 적정한 수입노동자의 존재는 그들 자신의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안정적 발전의 기초가 되며 반공의 중요요건이 되는 것이다. 경제건설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때까지는 근로자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식의 18세기적 경제정책에 젖어 있는 현 정부의 사고방식은 너무도 위험하다.

5. 정부는 차제에 지금까지의 방만을 일대 반성하라. 자유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정보정치의 간섭을 일절 지양하여 근로자 스스로가 자기권익을 제약하도록 하는 동시에 전국의 근로실태를 전면적으로 파악해서 노동자의 정당한 지위 확립에 획기적인 조치를 단행하도록 한다. 이것만이 전태일씨의 거룩한 희생을 살리는 길이며 내일 닥칠 커다란 파탄을 미리 해결할 길이 될 것이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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