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학생들이 학교 본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시흥캠퍼스 반대 학생시위 폭력진압 사건 손해배상청구 소송인단’ 제공
서울대학교가 “인권 친화적인 시위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를 받고도 시흥캠퍼스 반대 시위에 나섰던 학생들에게 수천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73개 학내외 단체가 서울대에 소송 철회를 요구했다.
26일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는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등 학외 시민단체들과 함께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 소송’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대와 학생들 간 법적 다툼은 2017년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에서 비롯됐다. 당시 학생들은 “대학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일부 사업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행정관 점거 시위를 이어갔고,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소화전 호스로 물을 뿌리는 등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의 대응이 반인권적 폭력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지난달 인권위는 “살수 행위는 신체의 자유 침해”라며 서울대에 주요 보직자를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이 결정에 근거해 학생들이 학교에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서울대는 ‘명예 실추’ 등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5000만원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생들로 이뤄진 소송인단은 “인권위 결정의 의의를 제대로 찾기도 전에 서울대는 학생들에게 소송을 제기했다”며 “학교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을 쓰도록 만들어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학교의 미래를 걱정하며 저항한 학생들을 학교에 재산적 손실을 가한 가해자로 규정한 본부야말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오세정 서울대 총장에게 학생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즉각 취하하고 물리력을 동원한 농성 해산을 금지할 것 등을 촉구했다. 소송인단을 대리하고 있는 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 소속 박현서 변호사는 “학생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과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 마련하고 이행하는 것이 교육기관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 관계자는 “인권위의 권고는 수용할 것”이라면서도 “해산 당일뿐 아니라 전체 점거 과정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반소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과 대화 및 합의해나갈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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