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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방배동 모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미적댄 ‘사회적 비극’

등록 2020-12-15 17:56수정 2020-12-16 08:56

재건축 예정단지 60대 여성 숨진 뒤 반년 넘게 방치
부양의무자 기준에 막혀 의료급여·생계급여 못 받아
건강보험료 500만원 못 내 병원 방문도 어려웠을 듯
‘의무자 기준 폐지’ 문 대통령 공약이지만 진전 더뎌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린 지난 7월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민중생활보장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정부에 의료급여 항목 등을 포함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린 지난 7월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민중생활보장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정부에 의료급여 항목 등을 포함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 예정 단지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60대 여성이 생활고 속에 숨진 뒤 반년 넘게 방치된 사실이 알려지며 의료급여 신청 등을 가로막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경찰과 서초구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숨진 김아무개(60)씨 가족의 고정 수입은 2018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면서 그해 10월부터 받기 시작한 월 24만∼28만원의 주거급여가 전부였다.

김씨 같은 이들은 주거급여뿐만 아니라 의료급여·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김씨는 부양의무자 기준(일정 수준의 소득·재산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에 가로막혔다.

주거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돼 따로 조사가 필요 없지만, 의료·생계급여는 부양의무자 존재 여부를 따진다. 김씨가 거주하던 지역 주민센터 관계자는 “김씨가 담당 직원에게 ‘이혼한 전남편과 딸(부양의무자)에게 어려운 상황이 알려지는 것은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당시에 주거급여만 신청하셨다”고 전했다.

김씨는 2005년 뇌출혈 수술을 받았음에도 10년 넘게 건강보험료가 장기체납되면서 병원 방문조차 쉽지 않은 처지에 놓였다. 김씨는 방배동에 이사 왔던 2008년부터 최근까지 100개월치 건보료 500만원가량을 납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에선 김씨의 죽음을 “‘병사’가 아니라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사회적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빈곤사회연대’는 성명을 내어 “만약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됐더라면 김씨가 의료급여 장기체납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공일자리가 끊긴 기간에도 생계급여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15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는 벼랑 끝으로 취약계층을 내몰 뿐”이라며 “부양의무자 기준이 하루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진전은 더딘 상태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엔 2022년까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의료급여는 일부 기준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

지난 10월 황도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중위소득 40% 이하 빈곤층이 2018년 기준 73만명에 이르며 그중 18.9%가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윤경 전광준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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