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직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윤 총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사퇴는 없다’는 게 윤 총장 쪽 분위기다. 특히 윤 총장은 ‘내가 뭘 잘못했냐’며, 추 장관과의 동반 사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17일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이날 윤 총장 쪽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을 윤 총장은 물론 대검 참모들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한 윤 총장과 참모들은 식사 도중 추 장관 사의 표명 소식을 접했다. 뒤이어 “추 장관 사의 표명과 상관없이 (징계 불복) 소송은 계속한다”는 메시지가 공개됐다. 윤 총장은 청와대가 추 장관의 사의를 사실상 수용한 것을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간부는 “윤 총장으로서는 총장 임기를 지키든지, 아니면 사표를 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사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로 문재인 정부와 척을 지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 등으로 대립각을 세웠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수사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위해가 될 만한 주변 사건에 대한 ‘가지치기’에 나선 것이었지 이 정권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또 지난 1년 동안 추 장관의 몰아치기에 따른 ‘피해자’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된 동반 퇴진론이 ‘쌍방과실’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강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 총장이 불공정 의심을 받지 않고 임기를 채우려면 ‘불출마 선언이라도 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윤 총장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퇴임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 (그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냐는 물음에) 그것은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는 지난 10월 윤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은 윤 총장이 정치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변에서도 이를 의식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밝히자는 조언을 했지만 윤 총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가족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무리한 징계 청구 등 부당한 공격을 당한 상황에서 여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스스로 굴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여기서 밀리면 ‘정직 2개월’ 징계에 그치지 않고 곧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등 본인을 겨냥한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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