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 23일 정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 횡령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정 교수의 차명투자와 범죄수익 은닉 등을 질타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이들 부부의 재산 증식과 공직자 재산 신고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한 것이어서, 새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조 전 장관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정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피이(PE)에 두 번에 걸쳐 지급한 10억원을 ‘투자금’으로 판단했다. 정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10억원은 ‘대여금’이고, 컨설팅료 명목으로 받은 1억5700만원은 대여금에 대한 10% 이자 수익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 교수의 적극적인 투자 행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사모펀드 운용사 실소유주인 조범동(조 전 장관 5촌)씨가 정 교수에게 코링크에 대한 유상증자 방식의 투자를 권유하고 △고정수익률 보장 및 코링크와의 동반성장 제안을 받고 투자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조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이를 대여금으로 판단한 바 있다.
조 전 장관 부부가 함께 재판을 받는 사건에서 이번 ‘투자금’ 판단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씨 등과 함께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정 교수가 투자를 대여로 속인 사실도 인정했다. 정 교수가 2017년 7월 남편의 재산 신고를 하면서, 조씨에게 1차로 지급한 5억원을 조씨의 부인 이아무개씨에게 사적으로 빌려준 것처럼 허위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꾸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 심리를 앞두고 있다.
재산 신고를 피하기 위해 동생과 지인 계좌로 차명거래를 해 유죄 선고가 난 정 교수의 혐의도 이들 부부에겐 불리한 대목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재산증식의 투명성, 객관적인 공직수행에 대한 요청을 회피하려던 것으로 처신의 부적절성에 대한 비난 뿐 아니라 죄책도 무겁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주식매각·백지신탁 의무를 어겨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조씨로부터 받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차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매수하고도 이를 은닉한 혐의 등으로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에서 모두 유죄를 받았는데, 이 또한 신고되지 않은 재산으로 공직자윤리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 김아무개씨에게 자택 하드디스크 등의 은닉을 지시한 혐의는 무죄로 봤지만, 정 교수가 직접 인멸에 가담한 정황은 사실로 인정했다. 정 교수가 자신의 출입증으로 김씨와 함께 동양대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 피시를 반출했고, 자택에서 은닉할 하드디스크를 직접 선별·포장한 당사자도 정 교수라고 본 것이다. 정 교수는 인멸이 아니라 나중에 자료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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