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쓰는 상투적인 문구 ‘다사다난한 한해’라는 말은 2020년을 위해 아껴뒀어야 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감염병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춤’ 상태이니 말이다. 혼란스럽던 올 한해, 뉴스를 장식했던 인물 10명을 꼽았다. 격변의 시대에 주목받은 인물, 새로운 역사를 쓰며 지친 국민들을 기쁘게 해준 인물 등 <한겨레> 뉴스룸은 이들 덕분에 바빴다. 부디 2021년에는 코로나19에 꺾이지 말고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더 나아지길 빌어본다.
바이러스 헌터, 정은경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 세계가 주목한 ‘케이(K)―방역’의 상징이다. 기나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투명하고 차분한 브리핑으로 주목받았다.
<비비시(BBC)>는 ‘올해의 여성 100인’으로 정 청장을 선정하며 “바이러스 헌터”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새 역사 쓴 봉준호
지난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패러사이트(기생충)”가 호명되는 순간의 짜릿함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비영어권 영화로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마저 싹쓸이 했다. 차기작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초일류’ 남기고 떠난 이건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78)이 지난 10월25일 별세했다. 1987년 말 삼성그룹 회장을 맡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까지 27년간 삼성을 이끈 그는 많은 빛과 그림자를 남겼다.
‘초일류 삼성’을 이끌던 그의 시대가 저물면서 재계는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맞게 됐다.
거침없는 질주, 손흥민
“이게 월드클래스” “전세계 어디서도 뛸 수 있는 선수”
올 한해 축구선수 손흥민에게 쏟아진 찬사들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11경기에서 10골(3도움)을 넣는 놀라운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강팀을 만나면 더 훨훨 날았다.
“축구 할 때 행복하다”는 그의 질주를 계속 응원해본다.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한국에서 활동하는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가 정자 기증을 받아 고향 일본에서 아기를 출산한 일이 전해지며
비혼 여성의 선택적 임신과 출산이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이 임신이나 임신중지 선택의 주체’가 되는데 미흡한 법 제도의 개선 요구가 이어지기도 했다.
‘영끌시대’ 동학개미
티끌 모아 저축해서 집 사던 시대는 끝났다.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주식에 관심 없던 2030 세대까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외국인 매도로 주가가 폭락할 때 국내 주식시장을 떠받친
동학개미들이 내년에도 ‘증시 큰 손’이 될 수 있을까.
기적 같은 기록 행진, bts
방탄소년단(bts)의 신기록 질주는 올해도 멈추지 않았다. 빌보드가 최근 발표한 연간결산 차트에서 이들은 ‘월드 앨범 아티스트’ 등 총 7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여정”이라고 얘기해 온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도 올랐다. 전 세계 음악시장을 바꿔놓고 있는 이들에게 힘찬 박수를.
환장의 커플, 추미애-윤석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공방은 언제쯤 끝날까. 두 사람의 갈등과 힘겨루기가 도드라지면서 본질인 검찰개혁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정권 지지율마저 하락하자 문재인 대통령도 사과하고 나섰다. 국민의 피로도를 씻을 길은 올바른
검찰개혁뿐이다.
과로사 내몰린 택배노동자
‘당일배송’ ‘새벽배송’ ‘총알배송’ 등 속도를 강조한 수많은 업체의 약속 앞에 과로사로 추정되는 15명의
택배노동자가 올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쳤던 전태일 열사가 떠난 지 반세기가 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또 다른 전태일을 마주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