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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투기 의혹’ 이어 ‘부정채용 의혹’ 불거진 성장현 용산구청장

등록 2020-12-30 04:59수정 2020-12-30 10:16

내부자 “비서실에서 찍어서 뽑은 사람 100명 이상,
내정돼 있어 운동복 입고 면접장 나타난 지원자도”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용산구청 제공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용산구청 제공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산하 공공기관에 자신의 측근과 과거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을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이 29일 제기됐다. 채용 과정을 잘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향우회나 노인회, 장학회 등 관내 각종 단체장들과 연이 닿는 입사자까지 합하면 전체 부정 채용 규모가 100명 대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H■ “99% 사전 낙점…츄리닝 차림으로 면접장 나타나기도”

용산구시설관리공단 채용 과정에 참여했던 ㄱ씨와 ㄴ씨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짬짜미 채용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채용은 성 구청장 비서실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2010년 이후 공단의 직원 채용은 ‘무늬만 공개채용’이었을 뿐, 실제 뽑힌 사람은 구청 비서실에서 미리 낙점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공단에서 구청장 비서실로 공개채용 공고계획을 보고하면, 비서실에서 누구를 뽑을지 통보했다”라며 “공단은 공개채용 공고를 냈지만 실제로는 인사위원회가 비서실에서 내정한 인사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부정채용이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ㄴ씨는 “6명을 뽑는다고 하면 실제로는 한명 정도 공채로 뽑을까 말까 하고, 나머지는 성 구청장 지인이나 지인의 가족, 지역유지들이 부탁한 사람들로 구청장 비서실에서 찍어주는 대로 뽑았다”며 “부정채용 의혹이 있는 직원이 100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짬짜미 탓인지, 면접장에서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ㄱ씨는 “거의 99% (합격자가) 내정돼 있다 보니 츄리닝(체육복)을 입고 면접장에 나타나는 지원자도 있었다”라며 “이 지원자도 합격했다. 현직 팀장들 채용 당시 서류를 보면 대부분 자격미달이다”라고 말했다.

공단에는 성 구청장의 친인척과 지인 등이 여럿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용산구청과 공단 관계자 등에 확인한 결과, 조아무개씨는 성 구청장의 외조카였다. 최아무개씨는 성 구청장 사돈의 조카로 알려졌다. 절친한 지인들의 자녀들도 다수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권아무개씨는 성 구청장 친구의 조카고, 조 아무개씨는 성 구청장이 대한웅변인협회 사무총장이었을 때 회장의 아들이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다가 2012년 공단에 입사해 팀장을 맡은 오아무개씨는 성 구청장 비서 강아무개씨의 남편이다.

공단 인사라인은 성 구청장의 최측근들이 장악하고 있다. 현재 공단 인사위원장 겸 인사팀장인 국아무개 경영전략팀장은 선거 때 선대본부장을 담당했고, 성 구청장 비서실장도 지냈다. 공단 인사위원장을 지낸 손 아무개 전 상무이사와 전 인사담당 팀장인 김아무개 관장도 성 구청장 선거를 가까이에서 도왔다고 한다.

이 밖에도 용산구 관내 각종 이익단체 단체장과 구 의원들의 연줄을 타고 공단에 채용된 직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와 ㄴ씨는 “용산구 관내 동 부녀회장의 아들·딸을 비롯해 호남향우회장·재개발조합장·장학회장·노인복지회장·전우회장·교회장로 등등 지역유지들의 친인척·지인 수십명이 용산시설관리공단에 근무 중이다. 전·현직 구의원들이 부탁해 입사한 직원들 많다”라고 말했다.

♣H■ 성장현 구청장·지역유지 관계자 100여명 리스트

성 구청장과 용산구청 쪽은 부정채용 의혹을 부인했다. <한겨레>는 성 구청장이나 지역유지들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공단 직원 100여명의 이름과 특이사항을 적은 자료를 용산구청에 보내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구청 쪽은 “공단 직원 채용 과정에 구청이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있다”라며 “채용은 공고 뒤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서류심사와 대면 면접으로 투명하게 이뤄진다”라며 “공단 업무 성격상 용산 구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2017년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에서도 지적 사항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공단 인사위원장인 국 팀장은 <한겨레> 통화에서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3년 전 인사담당을 한 뒤부터는 공정하게 인사가 이뤄졌다.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인사위원회에 내부 인사위원보다 1명 더 많은 3명의 외부위원을 뒀다. 위원들이 독립적으로 채점하기 때문에 부정채용은 불가능하다. 지난해부터는 일반사무직이나 기능직은 인·적성검사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인사담당 팀장이었던 김 아무개씨도 “요즘 같은 세상에 부정채용은 불가능하다. (지역유지들과 관련된 직원들이 많은 것은) 직원들이 누구와 관련돼 있는지 알 수 없다. 누구나 기준만 되면 입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용 과정을 아는 ㄱ씨는 형식만 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공정함을 담보해야 할 외부위원들이 구청이나 공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ㄱ씨는 “비공개인 인사위원들은 퇴직공무원이거나 구청이나 공단의 영향력 아래 있는 사람들”이라며 “면접 때 인사위원장이 ‘○번째 친구가 잘하는 것 같다’고 사인을 보내면 그쪽으로 점수를 더 주고, 근소한 점수 차이로 합격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공단 자문 노무사가 현재 외부 인사위원으로 있으며, 용산구청 감사담당관 출신인 전 인사위원은 용산구청 용역을 받는 환경미화업체 대표라고 덧붙였다. 구청이나 공단과 ‘을’로 계약을 맺은 이들이 외부 인사위원이란 설명이다.

ㄱ씨는 “구의회 요구로 도입된 인·적성 검사 때문에 최근 일반직 대신 무기계약직인 상용정규직을 훨씬 많이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1년(2019년11월∼20년10월) 용산시설관리공단이 채용한 직원 32명 가운데 일반사무직은 2명에 불과했고, 상용정규직과 계약직이 17명과 1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 사이트 ‘클린아이’를 보면, 2003년 설립돼 현재 임직원 275명(올 9월 기준)인 용산시설관리공단 신입사원 평균연봉은 3200만원 수준으로 서울 시내 24개 시설관리공단 가운데 가장 높아, 올해 2월 주차관리 상용정규직 1명 채용에 99명이 지원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설혜영 구의원(정의당)은 “용산구시설관리공단의 경영평가가 낮은 이유가 있었다. 측근을 뽑기 위해 응시자를 들러리 세우는 인사비리는 심각한 문제이다.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 구청장은 2015년 30대인 두 아들과 함께 용산구 관내 재개발지역 다가구주택을 매입했다가 시세가 10억원 이상 뛴 사실이 최근 드러나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성 구청장은 이 주택 말고도 관내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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