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수사전담팀의 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하고 고 박원순 전 시장 사건 수사 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에 대한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 피소 가능성을 인지한 뒤 “피해자와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측근에게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쪽이 고소를 준비한다는 움직임은 여성단체의 한 인사를 통해 박 전 시장에게까지 알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 임종필)는 30일, 지난 7월 시민단체들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관계자와 경찰·청와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외부로 유출)로 고발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다고 밝혔다.
대신 검찰은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검찰·경찰·청와대를 통해서 유출된 게 아니라,
고소 이전에 ‘여성단체 인사→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별보좌관’의 경로로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피해자의 고소 움직임을 인지한 남 의원은 7월8일 임 젠더특보에게 전화해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이에 임 젠더특보는 7월8일 오후 3시께 박 시장을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 그런 것 없다”고 답한 박 시장은 같은 날 밤 11시께 공관에서 임 젠더특보와 만나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사건’은 피해자가 서울시장 비서실 소속 동료 직원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가리킨다.
박 시장은 7월9일 오전 9시15분께 서울시장 공관에서 고한석 비서실장과 만나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고, 이후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다. 검찰은 박 시장이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사실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오후 1시24분께 박 시장은 젠더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은 “피해자가 밝히고자 했던 피해가 현실에 존재했음이 확인됐다”며 “책임자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 행위를 피해자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재호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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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남인순 의원→젠더특보 거쳐…박원순에 ‘고소 정황’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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