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을 판결한 법관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며 ‘부당한 외부의 공격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4일 시무식으로 갈음하며 공개한 ‘시무식사’를 통해 “때로는 판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 법관 개개인에 대해 공격이 가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대법원장으로서 헌법적 책무를 잊지 않고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 공격에는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를 탄핵하자는 주장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현재 정 교수 1심 재판부 탄핵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은 44만명을 넘어섰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사회 각 영역의 갈등과 대립이 법원으로 밀려들고 있다”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처럼 법관이 짊어지는 부담이 적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헌법상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독립된 법관의 사명감으로 부디 그 무게와 고독을 이겨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차원의 ‘반성과 성찰’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의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충분히 그 성과와 노력을 인정받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렵다”며 “현재 문제되고 있는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사법부의 본질적 역할인 재판 그 자체에 대한 자기반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어떠했을지 무거운 마음으로 돌이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54)씨가 지난달 17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처럼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잘못으로 피해자가 발생한 사례 등을 자성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