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로부터 2억 뜯어 “원없이 놀았다”…법률적 책임 모면하려다 ‘법정구속’
술자리에서 만난 유부녀에게 고시공부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며 6년에 걸쳐 2억여원을 뜯어내고 주먹까지 휘두른 파렴치한 고시생이 법정구속됐다.
서울 동부지법 형사3단독 김홍준 판사는 25일 유부녀에게 돈을 뜯어내고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전직 고시생 황아무개(35)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황씨는 서울대 법대생이던 98년 9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합석하게 된 정아무개(42)씨에게 “서울대 법대생으로 곧 고시에 합격할 것”이라며 사귀기 시작했다. 황씨는 그 뒤 고시공부를 하는데 필요하다며 하숙비와 학원비, 책값, 용돈 등의 명목으로 정씨에게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빌려주면 고시에 붙은 뒤 다 갚겠다”고 하며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몇백만원까지 받아냈다. 정씨는 황씨가 고시에 합격할 것으로 믿고 뒷바라지하는 셈 치고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2004년까지 황씨가 정씨에게 200여차례에 걸쳐 뜯어낸 돈은 2억여원에 이른다.
그러나 황씨는 이 돈을 술 마시고 다른 여자를 사귀는 데 모두 탕진했다. 일기장에 ‘지난 1년 동안 정말 원없이 놀았다. 언제 다시 이렇게 놀아볼 수 있을까’라고 적어놓을 정도였다. 돈을 탕진하며 놀면서도 황씨는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하기도 했고, 정씨는 그런 황씨의 ‘출세’를 믿으며 계속 돈을 대줬다.
하지만 무려 6년이나 계속된 황씨의 거짓말에 속았던 정씨는 지난해 초부터 황씨의 문란한 생활을 의심하면서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황씨는 ‘법대생’으로 익힌 법률적 지식을 이용해 정씨를 또다시 속였다. 황씨는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할 경우, 3개월 안에 돈을 모두 갚겠다’는 각서를 써주며 “법률적 효력이 있으니 시험에 붙으면 내가 돈을 갚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했다.
남편에게 불륜 의심까지 산 정씨가 계속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자 황씨는 지난해 6월 서울 압구정동 길가에서 정씨를 주먹으로 때려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다. 정씨는 남편의 의심을 잠재우고 복수를 하기 위해 강간 및 공갈 혐의로 황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황씨는 정씨와 내연의 관계임을 입증해 처벌을 피해갔다.
결국 황씨는 폭행당했다는 정씨의 고소로 인해 불구속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황씨는 벌금형으로 사건을 마무리짓기 위해 치료비 2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그러나 김홍준 판사는 “황씨는 각서를 쓰면서도 ‘사법시험에 합격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자신의 법률적 지식을 이용해 교묘히 책임을 피해가려 했다”며 “대개 치료비를 공탁하면 벌금형으로 마무리되지만 황씨의 경우 워낙 죄질이 안 좋아 법정구속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사회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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