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31일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 여파로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급 인사에서 신 수석과 이견을 보였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8일 “중간간부급 인사는 충분히 소통할 것”이라고 예고해, 이번 인사가 신 수석 사의 표명으로 불거진 갈등이 진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법무부 정부과천청사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급)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이든 민정수석이든 미흡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제가 더 소통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중간간부급 인사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 인사위원회도 곧 소집할 예정이고, 국민이 바라는 소통에 더 유념하고 잘하겠다는 각오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사를 위한) 실무진 소통이 원활하게 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 사이에서도 실무진이 왔다 갔다 하면서 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특히 이번 중간간부급 인사와 관련해 대검뿐 아니라 ‘신 수석과의 조율’을 각별히 강조했다. 박 장관은 “중간간부 인사 일정은 대통령 뜻도 여쭤봐야 하고 규모 역시 마찬가지”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마냥 시간 끌 일은 아니고 신 수석 돌아오시면 최종조율이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수석의 복귀를 기정사실로 하고, 이날 휴가를 떠난 신 수석이 다음주 초 돌아오면 그 뒤에 인사 관련 협의를 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한 것이다.
신 수석 복귀 뒤 최종조율이 될 경우 인사는 다음주 후반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이성윤 지검장이 유임된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라인 교체와 현 정부와 관련된 수사를 하는 수사팀 간부들의 거취다. 공석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누가 임명될지, 이른바 ‘추-윤 갈등’ 당시 이 지검장에게 사퇴를 건의한 2~4차장 교체 등도 주목된다. 월성원전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장과 김학의 출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장 등의 인사에도 눈길이 쏠린다.
인사 전망은 엇갈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은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건 수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방향으로 인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일방적인 수사팀 교체나 이 지검장 쪽에 편향된 인사가 난다면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급 검사는 “대전지검장 유임에서 보듯 정권 관련 수사팀장 교체는 없을 것으로 본다. 중간간부급 인사는 그 중요도가 검사장급과 같지 않아 큰 갈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번 인사로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여권과 법무부 장관, 그리고 민정수석 사이에 근본적인 시각차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검찰과 협력이 필수적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기려고 한다. 앞으로도 곳곳이 살얼음판이어서, 언제 어떤 사안으로 또 첨예한 갈등이 불거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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