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꿈꾸는 통일싸움꾼, 호통과 눈물의 이야기꾼 백기완 선생이 떠났다. 제 둥지를 부수고 날아오른 장산곶매처럼 남과 북을 갈라 치려는 모든 세력과 맞서 싸우고, 천둥 같은 호통을 권력자에게 날리며 밑바닥 민중을 눈물로 감싸주던 이였다. 심장과 폐를 무너뜨리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일터에서 천대받고 쫓겨나고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눈에 밟혀,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은 “김미숙·김진숙 힘내라.” 2019년 2월9일, 거듭되는 심장 수술과 치료로 쭉정이처럼 메마른 선생이 지팡이에 몸을 기대어 김용균씨 영결식이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눈물 맺힌 비통한 얼굴로 “돈이 주인이고 돈밖에 모르는 사회가 용균이를 학살했다, 도살했다, 참살했다”며 분노했다. 몸은 병들어 쪼그라들어도 그 품은 누구보다 넓고 뜨거웠건만, 그는 이후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세속적 명예에는 곁눈조차 주지 않고, 억눌리고 빼앗기고 내몰린 노동자·민중의 든든한 벗이자 동지요 투사로서 살아온 그였다. 노나메기 새 세상이 열리는 날, 황해도 고향땅 장산곶매로, 새 하늘 새 땅의 길눈이로 선생이여 다시 오소서.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