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날인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윤중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어머니(74)가 암 환자여서 기저질환자인데, 그래도 꼭 하시겠다고 해서 새 마스크를 꺼내 쓰고 함께 왔어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만난 송민계(44)씨는 “거리두기와 비닐장갑, 손소독제 등으로 방역수칙이 잘 지켜진 것 같아 안심된다”고 말한 뒤 투표장으로 들어갔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지난해 총선을 무사히 치른 유권자들은 이제 ‘거리두기 투표’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대신 마음은 복잡해 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 거대 정당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극심했던 터라 당일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는 서울 유권자들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안정론’과 ‘심판론’이 엇갈렸다.
투표를 마친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방만 넘쳐났다고 꼬집었다. 강남구에서 만난 문수연(30)씨는 “토론회에서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비방했는데, 그러기 전에 후보들 모두 자기 공약부터 알리고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 일찍 투표하고 출근했다는 서울시민 정미경(63)씨도 “상대방 비방 위주로 흐르다 보니 (나중엔) 내로남불, 네거티브에 거부감이 더 느껴졌다”며 “여러 불합리, 불투명, 불공정한 것들을 바로잡을 시장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책 분야에서는 그나마 부동산 문제를 가장 많이 고려한 듯 보였다. 점심시간에 투표하고 온 직장인 강동구(29)씨는 “투표에서 부동산을 가장 많이 고려했다. 집값 안정, 2030 청년을 위한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공급이 부족하고 청약제도 등도 제게 불리해졌다”고 짚었다. 주부 나영란(53)씨도 “경제와 세금, 부동산 문제에 가장 관심이 간다”며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누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역시 표심이 엇갈렸다. 서울 종로구 한 투표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김민수(28)씨는 “여당의 부동산 정책과 청년 정책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민주당은 부산과 서울 둘 다 후보를 내면 안 되는데 당규를 바꾸면서까지 후보를 내서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직장인인 박아무개(32)씨도 “후보 간 비교하기보다 엘에이치 투기 사태와 현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행태를 보고 반대쪽에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임기가 1년 남짓 남았기 때문에 현 정부와 합이 맞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서 만난 직장인 현아무개(27)씨는 “기간이 1년인 서울시장인데 바꾸기보다는 현 정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사를 뽑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황아무개(46)씨도 “변화도 좋지만, 여태까지 정국을 이끌어온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여당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많이 내놓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장필수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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