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검찰총장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데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난 인사를 앉혔다가 자칫 임기 말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주에 회의를 열어 후보 3~4명을 추릴 예정이다. 법무부는 현재 국민 천거를 받은 후보들 가운데 추천위에 올릴 심사대상자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추천위는 위원장인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으로 구성돼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추천위가 천거하는 후보 가운데 최종 후보자를 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다. 박 장관은 신중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추천위와) 면밀히 상의할 부분이 있다”며 “추천위 위원장과 회동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4일에도 “워낙 (차기 총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우니 아주 신중하고 충분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청와대가 신임 검찰총장을 빨라도 4월 말 이후에나 임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보선이 마무리되면서 총장 인선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지만, 9일 현재, 후보군은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유력한 총장 후보로 꼽혀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각종 논란으로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수원지검에 피의자로 입건된 데 이어, 최근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특혜 조사’ 논란에도 휩싸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떠나 청와대가 피고인 신분인 현직 검찰총장이라는 부담을 안고 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개혁의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오히려 이 지검장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지검장 만한 ‘카드’가 없다는 분석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앞으로 이어질 주요 수사나 검찰 인사에서 청와대가 믿을 사람이 절실할 것”이라며 “이 정부에 인력 풀이 많지 않다”고 짚었다. 같은 맥락에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도 총장 후보로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행)가 적임자라는 목소리도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청구 과정 등 주요 국면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내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기 때문에 현 정부와도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박범계 장관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에 일선 고검장들을 회의에 참여시켜 불기소 결론을 이끌어내거나, 중간간부 인사에서 “핀셋 인사에 반대한다”는 발언 등을 하면서 대립각을 세운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밖에 구본선 광주고검장과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봉욱 전 대검차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도 꾸준히 물망에 오른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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