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1일 새 검찰총장 인선이 늦어지는 배경에 대해 “인선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현상이 있다”고 밝혔다. 차기 총장 후보 중 하나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상당부분 신경쓰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총장 인선 관련 일정을 충분히 알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향을 주는 현상은 이 지검장 수사를 말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이라면서도 “총장 인선 일정을 소상히 알리는 게 바람직하지만,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은 여러 작용과 반작용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일정을 잡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지난 17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이 지검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일주일 만에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는 등 속도감 있게 총장 인선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여권의 4.7재보선 패배 뒤 이성윤 지검장의 기소 가능성 등이 겹쳐지면서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후보추천위 일정과 국회 청문회 등 절차를 고려하면 6월 총장 인선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술접대 사건에 연루된 검사 3명 중 2명의 징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검사 3명 중 2명에게만 징계를 청구한 이유에 대해선 “(1명의 징계를) 안 한다기보다는 감찰 쪽에서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더 확인한 뒤 절차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이 신임 부장검사 교육에서 한 발언과 관련해 박 장관은 “검찰의 정의가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지당한 얘기로, 검찰이 국민에게 강자에 약하고 무섭고 오만하며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지적에 아주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조 직무대행은 전날 “국민 눈에 비친 검찰의 자화상은 ‘힘이 세고 무섭다. 강자에 약하다. 오만하고 폐쇄적’이라는 것”이라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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