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통폐합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 업무가 바뀐 만큼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일반 형사부의 직접수사 개시를 제안한 것을 두고 ‘검찰 힘 빼기’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21일 이런 내용이 담긴 조직개편안을 대검찰청과 전국 검찰청에 내려보내 의견수렴에 나섰다. 법무부는 25일까지 대검의 공식 의견을 받은 뒤 관계부처와 협의해, 다음 달 검찰 인사 전에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새 검찰총장이 부임하면 새로운 조직개편안에 따라 대규모 검찰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아침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수사권 개혁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과제 중 하나였다”며 “아직 채 정비가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나머지 숙제 차원에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를 통폐합되는 반부패·강력부 등에서만 전담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선 검찰청의 강력부는 반부패부와 통합해 반부패·강력부로 재편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반부패수사1부와 2부를 강력범죄형사부와 통폐합해 반부패·강력수사1부와 2부로 바꾼다. 기존의 직접수사 부서가 3개에서 2개로 축소되는 셈이다.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거나 재수사를 요청하는 일을 전담하는 인권보호부(가칭)도 새롭게 마련된다. 마약 범죄 등 강력범죄 사건의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갔고, 경찰에 일차적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는 등 경찰 기능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른 사법통제 필요성도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와 수원지검 강력범죄형사부 등이 인권보호부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유기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사 협력 전담 부서도 신설된다.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 범죄 수사에 특화된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신설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 협력단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폐지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과 비슷한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이 직접수사를 주도했던 합수단과 달리 금융위원회 등과 조직적 금융 범죄에 공동대응을 위한 협력에 방점을 뒀다. 서울중앙지검의 강력범죄형사부를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로 바꾸는 내용도 경찰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처다.
이번 조직재편안이 확정되면 반부패수사부 등이 없는 지방 검찰청의 직접수사가 제한될 수 있다. 검찰이 내부적으로 반발하는 대목이다. 반부패수사부가 없는 검찰청의 경우, 형사부에서 직접수사를 할 수 있지만,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대전지검 형사부가 수사 중인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사건’ 등과 같은 살아 있는 권력수사는 앞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법무부가 무리하게 검찰 힘 빼기에 나선 이유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고 수사협력을 반영한 조직개편안이 공개되면서 오는 26일 열리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이 안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자를 향한 야당의 질의는 물론, 여야 간 공방도 예상된다.
한편, 박범계 장관은 검토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이 이날 언론에 보도된 것에 “(개편안) 의견을 수렴하랬더니 언론 반응부터 보겠다고 유출을 했다”며 “이렇게 보안이 안 지켜지는 국가기관이 세상에 있는가. 참으로 창피하다”고 검찰에 날을 세웠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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