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전남도청 앞 광장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헌법재판소가 지난 27일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5·18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고 결정하면서, 실제 소송이 진행 중인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할지 주목된다. 헌재와 법원이 ‘5·18 보상법’과 취지가 같은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정신적 피해배상과 관련해 한때 상반된 견해를 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헌재와 법원의 이견은 1970년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ㄱ씨의 소송에서 불거졌다. ㄱ씨는 2013년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고 이와 별개로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2018년 5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국가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동의했다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보고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따른 것이다.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꼽은 판결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석 달 뒤인 2018년 8월 헌재는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대해 이번 ‘5·18 보상법’ 결정처럼 정신적 피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ㄱ씨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다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권순호 부장판사는 2019년 9월 “헌재 결정은 법원 판단을 기속하지 않는다”며 재차 ㄱ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결정이 아닌, 헌재 결정 이전에 나온 대법원 판례를 따른 셈이다. 다만 해당 1심 판결은 1년 뒤인 지난해 9월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은 헌재 결정을 받아들여 ㄱ씨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에 계류 중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민주화운동보상법’ 위헌 결정 이후 대법원과 헌재 사이에 ‘헌재 결정 기속력’을 놓고 힘겨루기가 있었으나, 하급심 판결은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정리됐다”며 “다만 기존 대법원 전합 판결과 상반되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추후 전합 사건으로 재분류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5·18 보상법’ 관련 소송 역시 ‘민주화운동보상법’처럼 헌재 결정과 같은 취지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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