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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빈자리 꽉 채운 검사장 인사…‘줄인다’는 정권 초기 다짐 어디로?

등록 2021-06-09 15:32수정 2021-06-09 15:53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한겨레> 자료 사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한겨레> 자료 사진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전국 고검 차장검사 자리 공백이 사라졌다. ‘검찰 힘 빼기’ 차원으로 진행된 정권 초기 ‘검사장급 수 줄이기’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인사 적체 해소’라는 내부 평가와 함께 ‘검찰개혁 후퇴’란 지적도 나온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때 38명이던 검사장급 수는 하반기 인사를 통해 44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4일 법무부 ‘2021년 하반기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공석이던 서울·부산·광주·대전·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리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자리가 찼기 때문이다.

이로써 기존에 있던 수원고검 차장검사에 더해 전국 6개 고검 차장검사 자리가 꽉 차게 됐다. 2004년 1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고등검사장·검사장 및 검사로 구분한다’는 검찰청법 조항이 개정되며 ‘검사장’ 직급은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에 남아있다. 장관급인 검찰총장을 제외하고 고검 검사장부터 대검 차장검사와 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지검 검사장, 고검 차장검사 등이 ‘차관급’인 검사장급으로 통용된다.

이번 인사로 검사장 수는 도로 정권 초기 수준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 ‘검찰 인적 쇄신’과 ‘검찰 권한 및 위상 축소’ 차원에서 검사장급 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7년 7월, 정부는 먼저 시행령을 개정해 검사장급이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차장급으로 낮췄다.

‘검사장 수 줄이기’ 주요 대상은 같은 검사장급인 일선 지검장보다 업무량이 적은 것으로 평가받는 고검 차장검사들이 됐다. 같은 달, 정부는 첫 검찰 간부 인사를 통해 대전·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리 등을 비워 검사장급 수를 48명에서 43명으로 줄였다. 비워둔 대전·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리는 2019년 7월 인사 때 채워지지만 대신 부산·수원고검 차장검사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자리를 공석으로 뒀다.

2020년 1월엔 ‘검사장 직급 폐지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전·대구·광주고검 차장검사석을 비우고 같은 해 8월엔 법무부 직제개편으로 대검 인권부를 폐지하며 검사장급인 대검 인권부장 자리를 없앴다. 올해 상반기 인사 땐 전국 고검 6곳 중 2019년 초 개청한 수원고검 한 곳에만 차장검사를 둬 ‘검사장 구조조정 신호탄’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일 문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 대규모 검찰 간부 인사로 검사장 수는 결국 ‘초기화’됐다.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선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방침’이란 의견이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관해 “(기존) 검사장급 보직 감축 논의가 없어지거나 변경됐다고 볼 순 없다. 다만 검찰개혁 방향성과 함께 검찰 조직 안정성을 도모했다”며 “승진 폭을 좀 더 넓히는 차원에서 승진 인사를 발령한 것”이라고 밝혔다. 예전 같으면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인사철에 법무부 검찰국장이 간부들을 등 떠밀 수 있었지만 ‘시대가 변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검찰 간부는 “변호사 시장의 어려움 등으로 나가야 할 사람이 안 나간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이란 ‘채찍’을 휘둘렀으니 (이번에 검사장급 수를 늘리는) ‘당근’을 준 것”이라며 “과거 같으면 검찰국장이 전화로 ‘나가달라’고 할 수 있었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직권남용’으로 고소될 수도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검찰개혁 기조 후퇴’라 비판했다.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위 위원장·참여연대 정책위원)는 “‘차관급’이라는 검사장 수가 지나치게 많아 검찰 조직 위상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에 검사장급 수를 줄인 건데 도로 돌아왔다”며 “정부의 검찰개혁에 ‘디테일’이 없다.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권한 줄이기만 신경 쓰고 행정 개혁은 못 한 것”이라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사장 수 늘리기는) 검찰개혁 대의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정부가 검사장 수를 정말 줄이려 했다면 고검 차장검사 자리를 공석으로 둘 게 아니라 시행령 개정으로 (수를 줄이는 방향을) 못 박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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